다문화 가정에 대한 편견을 벗자
2009.09.28 12:02 광고계동향, 조회수:15788
최근 한국 사회의 대표적인 정책 이슈는 다문화 가정이다. 다문화주의, 다문화 정책, 다문화 교육 등 그 관심 분야가 급속도로 확장되고 있는 가운데, 다문화 가정의 시각적 관점(point of view)에 대한 사회적 마찰을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광고를 통해서 다문화 사회 구성원들에 대한 이미지를 습득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문화 가정에 대한 편협적인 시각의 고정화 현상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다문화 가정이 일반인들의 생활환경 속 테두리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대다수 사람들은 미디어라는 플랫폼을 통해서 이들에 대한 인식적 틀의 고착화를 가져온다.

광고에 담겨진 특정한 이미지 재현의 투영은 다문화 가정에 대한 우리의 인식수준을 짐작하게 만드는 현재의 기준점인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문화 사회에 대한 사회적 함의가 함축된 다문화 가정 광고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다문화 가정의 모습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이와 동시에 이들의 이미지가 어떠한 모습과 방식으로 묘사되어 있는가에 대한 이미지 분석을 진행하는 것도 좋다. 다문화 가정을 배경으로 하는 광고 이미지를 통해서 다문화 사회의 재현과 구성원들의 표상을 살펴봄으로서 다문화 가정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각을 구체적으로 돌아볼 기회를 갖는 것이다.

제 3세계 출신으로 비춰지는 다문화 가정

광고는 다문화 사회의 구성원들에 대해서 편견적인 시각이 담겨진 하나의 획일화된 교과서 같다. 광고에 등장하는 다문화 가정의 구성원은 모두‘동남아시아 人’이고, 산업체 노동자 집단도 모두‘동남아시아人’으로 규정되어 있다.

이는 마치 대한민국 사회에 거주하는 다문화 구성원이 파키스탄이나 인도 계 혹은 베트남이나 태국,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필리핀 등 제 3세계 특정 지역의 출신들로만 구성되어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 들게 한다.

광고에 등장하는 동남아시아 노동자 혹은 한국인과 결혼한 여성들, 이들에 의해 출생한 2세대들이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의 다문화 가정을 대표하는 구성체라고 할수는 없지만, 늘 주요 소재거리로 활용되어 재현되고 있다.

<그림 1>은 2000년 초반 공익광고협의회의 인쇄 지면광고의“모두 살색입니다”편이다. 이 광고는 흰색 크레파스와 황색 크레파스, 검은색 크레파스 이미지를 각각 중앙에 배치하여 인종색에 대한 편견의 부당성을 말하고 있다. 인종에 대한 편견을 떨쳐 버리자는 의미로 더불어같이 살아가는 대한민국 사회 지향성을 외치고 있지만 이는 또 다른편견을 생산해 내고 있다.

흰색과 황색, 검은색이라는 색상 범주 내에 포함되어 있는 인종과 민족 그리고 그렇지 않는 인종과 민족에 대한 불필요한 이중적 시선의 괴리가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여기에 다문화 가정의 접근 범주를 오로지 동남아시아 출신 사람으로 국한시키는 차별화 현상도 문제점이다.

부당한 대우를 받는 여성들로의 편견

이처럼 광고나 캠페인 PR에서 형상화 된 다문화 가정은 그 가정을 묘사하고 설명하는 기술적 형태는 다르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인식의 사회적 시선은 비슷하다. 그것은 다문화 가정의 구성원들에 대한 편견과 무시 그리고 부당한 대우이다. 다문화 가정 광고에서 주로 재현되는 형상적 모델은 엄마와 아내로서의 여성이다.



<그림 2>와 같이 롯데 홈쇼핑의“‘마부하이’라고 인사해주세요”TV광고 편에서 보여지는 외국인 여성들은 엄마와 아내라는 다문화 가족구성원으로서 묘사되고 있다. 자녀들과 함께 등장해‘같이 살아가는 한국 사회’를 외치면서, 대한민국 사회의 민족적, 인종적 다양성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보이는 여성들의 민족적이고 인종적인 모습은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로 대표되는 동양권 출신의 가족 구성원들만이 등장하고 있다.

다문화 가정의 민족적이고 인종적인 영역의 폭을 광고는 오로지 좁고 지협적인 차원에서만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권이나 아메리카, 호주, 아프리카 등 다양한 지역 출신의 여성들이 한국 남성들과 결혼하여 대한민국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이들은 광고의 주된 대상이 되지 못한다. 그것은 부정적 의미에서의 소외나 따돌림이 아니라 동양권 출신 다문화 가정보다 상대적으로 좋은 이미지화 되어있고, 사회적 지위도 높게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림 3>처럼 공익광고협의회의“행복을 채워주는 사람”TV광고 편에서 묘사되는 필리핀 여성도 편견의 대표적인 사례다. 같은 동양권이라 할지라도 일본, 대만 출신 여성들과는 다르게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출신 여성들은 여전히 약자이며 가난한 지역에서 이주해온 이주민인 것이다. 광고는 한국의 시골로 국제결혼을 한 필리핀 여인을 중심으로 전개가 된다.

허름한 시골에서 살아가고 있는 필리핀 출신의 준호엄마는 한국말을 잘 못한다. 그러한 안타까운 심정을 알고 있는 동네 이웃인 민지엄마가 종종 찾아와 한국말을 가르쳐 준다. 광고는 이러한 준호네와 민지네의 정겨운 이웃 사랑을 말하고 있다.

그러나 광고는 필리핀 출신의 준호엄마가 왜 한국사회에서 한국말의 서투르고, 생활하는데 있어 어려움이 없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던지지 않는다. 문제의 본질에 대한 물음에서 해답을 얻고자 제작되는 광고가 아니다. 국가나 지자체에서 이들을 위한 교육이나 복지의 혜택은 없고, 그저 이웃의 인식전환에 따른 친밀성만을 강요하고 있다. 광고의 카피는 이를 더욱 더 짙게 묘사한다.

“아직 우리글이 서툰 준호엄마를 위해(필리핀에서 시집온 리사 수고르), 날마다 알림장을 읽어주신다는 민지 어머니, 당신의 사랑이 있어 준호도 대한민국의 꿈나무로 자라납니다“

민지 어머니가 우리의 모습일까? 아니면 조작된 모습일까? 광고 이미지 컷에서‘필리핀에서 시집온 리사 수고르’라는 문구를 굳이 쓸 필요가 있었던 것인가? 왜 옷은 허름하며, 배경은 시골인가? 같은 이웃인데 광고 이미지 컷에서 3번이나 옷이 바뀐 민지 어머니와 준호 어머니의 의상이 차이가 나는 것은 왜 그런 것인가? 그리고 민지는 단아하고, 천진난만하지만 준호는 촌티나고 답답한 모습으로 묘사되었는가?

이러한 물음들은 바로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적 시각에 의해 제작된 광고의 재현방식에 대한 우리의 반항이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다고는 하지만, 그러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은 앞서 살펴본 롯데 홈쇼핑의“‘마부하이’라고 인사해주세요”와는 전혀 다른 이미지의 형상으로 전달된다.

한국의 오리엔탈리즘을 투영

결국 다문화 가정을 배경으로 하는 인쇄 이미지광고나 방송 영상광고에 나타난 다문화 구성원들과 그 자녀들에 대한 표상은 현재 한국인 가지고 있는 오리엔탈리즘적인 내면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따라서 광고인들의 인식 제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다문화 가정에 대한 오리엔탈리즘이나 편견의 이중적 시각은 이젠 버려야 한다. 다문화 가정을 대한민국 내에서 구별짓고 별도의 관리 대상으로 인식해서도 안된다. 광고나 PR캠페인이 일반 시민에게 계몽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전개 될 것이 아니라, 다문화 가정에 대한 본질적 접근의 변화가 필요하다. 다문화 가정도 대한민국 사회를 구성하는 가정의 형태로 인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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