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Creative] 여행 광고의 기술
2021.06.10 12:00 광고계동향, 조회수:3808
 글 이희정 빅밴드 크리에이티브 솔루션 본부 ECD
 

여행 광고의 기술


이번 주제는 1 년도 넘게 계속되고 있는 코로나 시국의 여행 관련 광고입니다. 어느 분야보다 타격이 클 항공사,예약 사이트,관광청 등에서는 이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고 있을지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을지 궁금하기도 했고요. 휴대폰이나 SNS에 올렸던 여행지 사진을 보는 것도 지쳐갈 지경 이라 광고로라도 잠시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에 주제로 정해보았습니다.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을 스윽 패러디한 제목을 지어보았는데 사실 내용은 ‘버티는 자들의 여행에 관한광고 모음’ 정도 되겠습니다. 그래서 이 글의 끝까지 여행 광고를 잘하는 노하우 같은 내용은 전혀 없다는 점 참고해주세요.
 
항공사 영상부터 시작해 봅니다. 기내 안전 영상의 경우 인물이 마스크를 쓰고 설명을 하는 등 현실을 반영하고 있더군요. 광고에서는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찾아와 달라며 감성적인 접근을 하는 경우도 있었는데요. 미국 항공사인 알래스카 항공의 접근은 조금 달랐습니다. ‘SAFETY DANCE’라는 제목의 기내 안전 영상은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80년대 스타일의 신시사이저 가득한 음악에 춤을 추는 구성인데요. 노래 가사는 ‘비행을 하고 싶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마스크를 꼭 써야 한다,기내 공기는 2분마다 정화한다,헤파 필터로 코로나19같은 바이러스를 99.9% 제거한다,손을 꼭 씻어라,마스크 쓰고 같이 떠나자’는 내용 입니다. 한번 들으면 중독성 강한 멜로디에 진지한 표정과 약간은 어설픈 동작이 영상을 계속 보게 만듭니다. 피식피식 웃음이 나옵니다. 알래스카 항공을 제가 타 볼 일이 평생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미국을 가게 된다면 영상 속 유쾌한 사람들을 한 번쯤 만나보고 싶게 만드네요.



출처: 알래스카 항공 유튜브 채널 www.youtube.com/user/AlaskaAirVids


부정적인 반응으로 영상을 채널에서 내린 안타까운 사례도 있었습니다. 터키가 코로나 시국에도 ‘안전한 안식처’라는 점을 강조한 영상으로 터키 항공과 goturkey.com이 함께했는데요. 화면 속 관광객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상태로 터키 곳곳에서 여행을 즐기고 있는데 터키의 항공사, 호텔 직원들은 ‘즐기세요, 저는 백신을 맞았습니다’라는 문구가 쓰인 마스크를 쓰고 그들을 환대하고 있습니다. 영상을 본 사람들은 광고의 메시지를 ‘터키인들이 관광객들에게 굽신거린다’고 받아들이며 불쾌감을 표시 했고 별다른 설명 없이 영상은 내려졌다고 합니다. 솔직히 저는 영상을 보면서도 터키는 정말 안전할까와 나중에 한번 가보고 싶다는 정도의 감정만 느꼈는데요. 터키 사람들의 생각은 달랐던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예민해 있는 시기이기에 불편함에 더 민감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를 포함해 여행자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 이용해 보았을 익스피디어와 부킹닷컴은 어떤 광고를 했을까요? 먼저 익스피디어는 지금 예약하고 언제든 여행하라는 메시지를 스톱 모션 기법에 담았습니다. 집콕하고 있는 남녀가 놀이하듯 SUV도 타고 산에도 오르고 호텔 룸서비스도 즐깁니다. 카피는 ‘지금 꿈꾸고 지금 예약하고 여행은 언제든 원할 때 떠나라’는 흐름이고요. 평이한 메시지에 익숙한 기법이 쓰이긴 했지만,예약도 여행의 일부이니 지금 해 놓으면 언젠가는 떠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영상이었습니다.

 

출처: 부킹닷컴 유튜브 채널 www.youtube.com/user/BookingUK
 

부킹닷컴은 별다른 장치 없이 영상과 이미지에 단순한 자막을 올렸는데 저에게는 익스피디어 광고보다 더 많이 다가왔습니다. 잔잔한 음악이 흐릅니다. 인적이 드문 관광지들이 하나씩 나오며 자막이 한줄씩 자리잡습니다. ‘에펠탑 1887년 세워짐’,‘타지마할 1643년 세상에 공개’,‘매디슨 에비뉴 1836년 건설’, ‘브란덴부르크 문 1791 년 완성’,‘코파카바나 해변 태초부터 존재’ 그리고 ‘세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모든 사람들이 부킹을 할 날이 올 거예요’라는 카피로 마무리가 됩니다. 우리가 느끼기에는 코로나 시국으로 이동을 하지 못하는 나날들이 평생 같지만 지구의 역사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찰나도 되지 못하는 기간입니다. 여행지를 고르고 예약을 하고 일정을 세우고 짐을 싸고 떠나는 일련의 행동들이 몹시도 그립고 꿈결 같기도 하지요. 이 광고가 하고 싶은 말은 지금 여기에 마스크와 바이러스 벽에 갇혀 답답함을 넘어 고통스러운 기분이 들지만 함께 기다려보라는 것이 아닐까요? 결국 세상은 우리가 다시 자유롭게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고 있으니까요.


출처: 익스피디어 유튜브채널 www.youtube.com/user/Expedia
 

마지막은 아이슬랜드로 떠나보려 합니다. 아이슬랜드 관광당국은 Inspired by Iceland’라는 캠페인을 지속하고 있는데요. 인구 밀도가 낮은 특징을 활용해서 코로나19로 힘든 지금 마음 편히 여행할 만한 장소라는 점을 유쾌하게 풀어가고 있습니다. 그 중 ‘Let it out’은 집콕하면서 답답하고 힘든 사람들이 소리를 시원하게 질러 녹음해서 보내면 아이슬랜드 곳곳에 실제로 그 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지도록 하는 이벤트인데요. 태생적 거리두기가 가능한 지역의 특징을 잘 살린 발상이 재미있습니다. 영상 자체도 유쾌하게 잘 만들었고요. 몸은 락다운 상태이지만 목소리는 여행을 떠난다니 생각만으로도 스트레스가 조금은 덜어집니다. 어디에 가나 복닥복닥 둘러싸여야 하는 대한민국과는 사뭇 다른 나라입니다. 전 사실 대자연보다는 도시 여행을 선호해 아이슬랜드는 별로 관심이 없었지만 이 영상을 보고 언젠가 한번 가보고 싶은 나라가 되었습니다.

출처: Inspired by Iceland 유튜브채널 www.youtube.com/user/inspiredbyiceland


이 외에도 여행과 관련해 재미있고 감동적인 영상들은 많이 있습니다. 지금 이 시각에도 지구 곳곳의 창작자들이 여행이 당연하던 시절이라면 하지 않았을 접근들을 고민하고 실행에 옮기고 있을테지요. 세계인이 처음 경험하는 이 기간 동안에 여행 광고의 새로운 기술들이 태어나고 있고요. 다시 여행하는 그날 지금을 추억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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