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의 뉴노멀, 라이브커머스의 시대
2021.04.23 12:00 CHEIL WORLDWIDE, 조회수:10918
 2018년 봄, 이른 휴가를 앞두고 방문한 백화점 면세점에서 라이브 방송을 통해 매장 상품을 소개하고 있는 중국인들을 보며 ‘저렇게도 물건을 팔고 사는구나……’하며 신기해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만 하더라도 라이브커머스는 국내에서 낯선 개념으로 일명 ‘왕홍’이라고 불리는 중국 인플루언서가 라이브를 통해 물건을 판매하는 중국 시장 특유의 독특한 쇼핑 형태로 여겨진 방식이었다.
 
그러나 2-3년이 지난 지금, 국내 라이브커머스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높아진 비대면 쇼핑에 대한 선호와 새로운 유통 활로를 개척하려는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 시너지로 라이브커머스는 현시점, 커머스 시장의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분야가 되었다.

 


이베스트 투자증권 리서치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라이브커머스 시장은 2023년까지 약 8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교보증권 역시 국내 라이브커머스 시장 규모가 2023년 10조 원을 넘기는 ‘메가 커머스’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시장 규모만 놓고 보더라도, 라이브커머스는 이제 디지털 마케터로서 반드시 이해하고 활용해야 할 분야가 되어 가고 있다.
 

실시간 쌍방향 소통,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다
 
국내 이커머스 구매 전환율이 평균 1% 수준인 반면 라이브커머스의 구매 전환은 10%로 추산된다. 이러한 높은 전환율을 이끌어 내는 힘은 어디서 오는 걸까? 판매자와 소비자 간의 실시간 쌍방향 소통은 기존 채널과 구분되는 라이브커머스 만의 가장 큰 차별점이자 성장 동력이다. 고객들은 제품에 대한 궁금한 점을 판매자나 전문가를 통해 바로 물어볼 수 있고, 판매자는 중간 과정 없이 고객들에게 직접적으로 제품/서비스에 대해 설명할 수 있다. 기존 광고/홍보 매체를 통해 소비자에게 제품을 선보일 기회가 적었던 소상공인, 개인사업자들이 라이브커머스에 적극 뛰어드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인플루언서 또한 라이브커머스 시장 성장에 기여한 주인공이다.  인플루언서는 자신들의 팔로워, 팬들과 쌓은 친근감과 신뢰도를 바탕으로 제품 판매를 견인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라이브커머스 총 상품 판매액 기준 100위권 내 왕홍의 총매출액이 1130억 위안(약 19조 4천억원)에 달한다고 하니 라이브커머스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는 국내에서도, 인플루언서들의 행보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캐시카우로 몰려드는 플레이어들, IT기업의 선전
 

IT/유통업계 등에서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라이브 방송들
 

가능성 높은 시장에는 다양한 시장 참여자들이 모여들기 마련이다.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플랫폼 기업을 필두로 11번가, 쿠팡, 현대백화점과 같은 유통 업체, 그립(GRIP)과 같은 라이브커머스 전문 스타트업까지 시장에 뛰어들면서, 그야말로 승기를 꽂기 위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틱톡 역시 국내에 라이브커머스 기능 정식 출시를 위한 베타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하니 국내 라이브커머스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일만 남았다.
 
현재까지는 라이브 콘텐츠 운용을 위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IT업계가 시장 선두를 달리고 있는 듯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네이버 쇼핑 라이브 거래액은 약 500억 원으로 이는 4000억 원으로 추산된 국내 라이브커머스 시장의 10%를 웃도는 점유율이다. 네이버는 이에 멈추지 않고, 선두 자리 수성을 위해 전사적 역량을 쏟아 붓고 있다. 자체 개발한 ‘ULL(Ultra Low Latency 기술)’을 탑재한 ‘리얼타임모드’를 쇼핑 라이브에 적용해 10초대였던 기존 지연 속도를 2초대로 줄이고, 딥러닝, 인공지능 (AI)기술을 접목한 동영상 인코딩 최적화 등 기술 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카카오 역시 라이브커머스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카카오 쇼핑 라이브는 일 1-2회 제작하던 콘텐츠 횟수를 1일 5회 이상으로 확대하고, 기존 직접 제작 기획하던 방식에서 일부 편성의 경우 브랜드에서 직접 방송을 제작하도록 변경해 콘텐츠 다양성을 노렸다. 이와 더불어 카카오톡에 쇼핑 탭을 신설, 앱 접속 시 가장 앞에 노출될 수 있도록 배치해 시청자 접근성을 높였다.
 

당신도 라이브커머스 호스트가 될 수 있다
 

쿠팡 라이브 크리에이터
 

선두 업체들을 쫓기 위한 유통 업체들의 노력 또한 뜨겁다. 쿠팡은 자사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쿠팡 라이브’ 베타 테스트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라이브커머스 시장 진출을 꾀했다. 특히 ‘크리에이터’ 제도를 통해 서비스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 눈에 띈다. ‘크리에이터’는 판매자를 대신해 라이브 방송에서 고객과 소통하며 쿠팡의 다양한 상품을 소개하며 판매 수익의 5%를 커미션으로 배분 받는 제도이다.
 
일정 선정 기준을 충족한다면 일반인들도 쿠팡 라이브 플랫폼을 통해 크리에이터 등록이 가능하기 때문에 쿠팡 라이브에 더 많은 사람들을 참여시킴으로써 시장 규모 확대에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유튜브가 그랬던 것처럼 쿠팡 크리에이터가 새로운 직업군으로 떠오를지도 모를 일이다.
 

배민 쇼핑라이브(좌) / 올리브영 올라이브(우)
 

배달의 민족, 올리브영 등은 사업영역에 특화된 라이브커머스 콘텐츠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배달의 민족은 지난 3월 국내 배달앱 최초로 라이브커머스 서비스 ‘배민 쇼핑 라이브’를 선보였다. 방송 한 달 만에 평균 시청 수 4만 건을 넘기며 선전하고 있으며, 지난 15일에 방송한 ‘BHC 배민 상품권’ 판매 방송은 라이브 중 거래액 1억 4000만 원, 누적 거래액 2억 원을 돌파하며 판매 실적에서도 주목할 만한 성과를 이뤘다.
 
CJ올리브영은 4월부터 모바일 앱을 통한 라이브 방송 ‘올라이브’를 기존 월 2회에서 주 1회로 확대 편성하며 방송 요일과 시간대도 정례화했다. 또한 기존 뷰티 제품 중심이었던 라방(라이브 방송) 상품을 헬스 부문으로 확대하면서 국내 최고의 ‘H&B’ 라이브 방송으로의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다.


끝없는 시장 확장, 라방으로 집 사는 그날까지

 
티몬 홈라이브
 

초기 라이브커머스는 뷰티/패션, 식음료 상품 판매에 한정되어 있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쇼핑 시장이 커지며 점점 다양한 상품 판매를 시도하고 있다. 가전제품은 물론, 자동차와 부동산까지 다양한 고관여 제품들이 라이브커머스 시장에서 다뤄지기 시작한 것이다.
 
티몬은 지난달 자체 라이브커머스 채널인 티비온에 매주 목요일마다 오피스텔 등 주거 상품을 판매하는 정규 라이브커머스 방송 ‘티몬 홈 라이브’를 론칭했다. 고객들은 모델하우스를 방문하지 않고도 쇼호스트를 통해 매물을 확인할 수 있고 방송에 출연하는 분양 전문가를 통해 실시간으로 궁금한 점을 묻고, 분양에 대한 정보를 전달받을 수 있다. 티몬에 따르면 최근 티비온을 통해 방송된 한 오피스텔은 시청자 중 60여 명이 계약금을 결제하거나 특별 방문권을 구매했다고 하니 라방을 통한 비대면 부동산 매매가 일상화되는 날도 그리 멀진 않은 듯하다.
 

돌고 돌아 결국은 콘텐츠의 힘
  
 
온라인 북토크에 라이브커머스를 더한 ‘책방 라이브’ (출처: 네이버)
 

많은 기업들이 라이브커머스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소비자들도 빠르게 새로운 커머스 형태에 적응해 나가고 있다. 배송의 혁명처럼 느껴지던 새벽 배송이 이젠 기본 옵션처럼 여겨지듯이 라이브커머스라는 새로운 판매 ‘형태’가 주는 신선함은 고객에게 더 이상 혜택으로 느껴지지 않을 시기가 오게 될 것이다. 결국 최종적으로 남는 과제는 어떻게 지속적으로 시청자들을 락-인 (Lock-in)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내느냐일 것이다.
 
벌써부터 업계에서는 게임과 예능 형태를 결합한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고객들의 참여도를 높이는 기획을 선보이기도 하고, 커머스와 퀄리티 높은 콘텐츠 사이를 절묘하게 줄타기하는 융합형 콘텐츠도 선보이고 있다. 경계를 넘나들며 판매 이상의 재미를 줄 수 있는 콘텐츠 기획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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