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sumer Insight] 자기 콘셉트를 찾아가는 여정
2018.12.14 12:00 광고계동향, 조회수:6733
 

2019년 트렌드가 발표되는 계절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서울대 소비 트렌드 센터에서 ‘트렌드 코리아 2019’를 내놓았다. 이번 키워드는 ‘PIGGY DREAM’ 즉 돼지꿈이다. 책 서문에서 이러한 트렌드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한 문장으로 “원자화·세분화하는 소비자가 시대적 환경 변화에 적응하며 정체성과 자기 콘셉트를 찾아가는 여정”으로 소개하고 있다. 신문지상에서 발표되는 많은 통계자료에서 알 수 있듯이 1인 가구가 빠르게 늘어가면서 사회 자체가 원자화 되고 있다. 또한, 극도로 개인화된 SNS를 기반으로 소통하면서 개성을 키우고 정체성을 찾아가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그 결과, 과거 소비자는 대부분 타인의 시선을 신경 썼지만 최근에는 자기만의 기준으로 소비하고 스스로를 지켜내려는 나나랜드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여기서 ‘나나랜드’는 자신이 주인공인 세상에서 살고자 하는 나홀로족이 꿈꾸는 무대를 지칭한다. 

이러한 나나랜더들의 첫 번째 행보는 미의 기준을 다시 정의하는 것이다. 미국, 유럽 등에서는 몇 년 전부터 시작된 몸무게나 체형에 상관없이 자신의 몸 자체를 사랑하자는 ‘자기 몸 긍정주의 운동’이 영향을 미치며 플러스 사이즈 모델이 인기를 얻고 나이키 등의 브랜드에서 광고 모델로 활용하고 있다. 이들은 기성세대와 달리 남과 나를 비교하지 않고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오히려 별 의미가 없는 자신만의 무민(無 mean)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한다. 이러한 무민 세대는 무자극·무맥락·무위 휴식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인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무자극 영상이 인기를 얻고 있다. 나나랜드를 찾고 있는 이들은 ‘다름’에 대한 수용력과 타인에 대한 인정과 이해도 또한 높다. 나에게 내가 가장 중요하듯 타인 또한 그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존재라는 것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연스레 개개인의 ‘다양성’을 매우 중요시하며, 시대에 뒤떨어진 관습이나 획일적인 규범을 거부한다. 이러한 나나랜드 트렌드는 몇 해 전부터 화두였던 ‘자존감’ 키워드로부터 시작하였다. ‘자존감’이 어느정도 회복에 성공하여 ‘자기존재감’으로, 욜로가 ‘횰로’(홀로하는 욜로)로 진화하고, 소확행 트렌드가 개별화한 것이다. 

스타일 분야에서는 다시 옛날 것이 뜨고 있다. 단, 복고(Retro)가 아니다. 새로운 복고 ‘뉴트로(New-tro)다. 레트로가 장년층의 향수에 기댄다면, 뉴트로는 젊은 세대가 느끼는 옛것의 신선함으로 승부한다. 이러한 뉴트로는 새로운 것에 지쳐가는 소비자가 그 새로움의 원천을 이제 과거에서 찾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복고와는 구별된다. 뉴트로의 핵심은 과거의 단순한 재현이 아니다. 새로운 해석이다. 

이러한 미시적·거시적 변화 속에서 우리 모두는 어떻게 스스로를 지키며, 또 기업은 그들을 상대로 비즈니스를 할 수 있을 것인가? 모든 것은 정체성의 문제다. 정체성은 어떻게 찾는가? 정체성은 콘셉트의 연출로 실현이 가능하고 구체화할 수 있다. 비로소 최근 소비자들이 그냥 멋진 것이 아니라 자기 콘셉트에 맞는 것에 열광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제 마케팅을 넘어 콘셉팅이 필요하다. 

2019년 첫 번째로 제시한 콘셉트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다. 그냥 좋아서는 안 된다. 콘셉트가 있어야 한다. 가성비나 품질보다 콘셉트가 화두가 된 시대이다. 소비자들은 자신만의 개성 있는 콘셉트를연출하는 ‘콘셉러’를 자처하며, 직관적 미학, 순간적인 느낌, 가볍고 헐거운 콘셉트에 빠르게 반응한다. 구구절절 설명하는 기승전결의 이야기 구조보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콘텐츠에 열광하는 소비자의 기호에 맞춰, 많은 기업들 역시 호응을 이끌 수 있는 콘셉트 개발에 열심이다. 이를 ‘Play the Concept (콘셉트를 연출하라)’라고 한다. 책에서는 이러한 콘셉트 연출 트렌드가 등장하게 된 배경으로 플로팅 세대의 등장에 주목하고 있다. 플로팅 세대란 하나의 콘텐츠에 길게 집중하지 못하고 여러 가지 정보를 동시다발적으로 수용하는 세대로, 콘텐츠뿐만 아니라 직장과 거주지도 유목민처럼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세대이다. 이들은 소비에 있어서도 첫인상·느낌·브랜드의 콘셉트가 중요한 세대이다. 

이러한 트렌드의 첫 번째 시사점으로 브랜드의 콘셉트력 극대화를 위해서는 소비자와의 수평적 커뮤니케이션과 공감대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여행자의 취향을 고려하나 공감 스토리를 담는 콘셉트로 트렌드가 진화하고 있는 최근의 여행상품을 예로 들고 있다. (하나투어가 내놓은 모녀 여행 패키지 상품인 ‘엄마愛발견’은 평소에 엄마를 챙기지 못한 딸들의 미안한 마음을 대변해주는 콘셉트 자체가 큰 호응을 얻었다.) 

두 번째 시사점은 두루뭉술한 마케팅이 아니라 정밀한 ‘콘셉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대한 보편적인 제품을 만들어 많은 사람에게 팔던 시대는 지났다. 오리려 확실한 콘셉트를 세울수록 강력한 로열티를 가진 소수의 마니아층을 형성할 수 있고, 그 마니아들의 입소문이 더 큰 시장을 여는 길이 되기도 한다. 

위와 같은 콘셉트 연출 욕구의 근원은 개인적 표현 (Personal Expression)이라는 “개인의 가치관이나 인생의 목표 등을 자기 자신에게나 다른 사람들에게 표현하는 경향”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본인은 젊은 층 대상으로 수입차, 수입맥주 브랜드를 심층 연구하는 과정에서 개인적 표현(Personal Expression)이라는 근본적 욕구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한 수입차 사용자는 자신의 자동차에 대해“제 성격하고도 어느 정도 비슷한 것 같고요, 이 명함이라는 거는 사람들을 처음 만나거나 아니면 자기 자신에 대해서 굉장히 압축적으로 표현하는 매개체잖아요”라고 말한 것을 해석해보면 자동차는 일종의 명함으로서 나를 대변하는 아바타의 개념으로 생각한다는것을 알 수 있었다. 

다음은 수입맥주를 자주 마시는 소비자의 수입맥주에 대한 생각이다.“수입맥주가 놀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거든요. 마시면서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수입맥주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외국 거잖아요. 평소에 쉽게 접하지 않는. 매일매일 똑같은 것보다 가끔 특별한 것 더 기억에 남고 기분이 좋잖아요. 신나고 재미있는 들뜨는 기분”, “세계여행하는 이런 기분이에요. 내가 가보지 못한 세계에 자유롭게 맥주 한 병으로 가니까 뭔가 진짜 여행하는 그런 기분.” “제가 삶의 여유를 느끼게 해주는 여러 가지 중에서 큰 부분. 수입맥주 못 마시게 된다면 조금 허무한 느낌이 들고, 다른 와인이나 위스키는 돈이 많이 들어서 자주 못 마시게 될 것 같고, 그러면 휴식을 취한 기회가 별로 없어지고, 아무래도 능력 저하가 되겠지요. 그러면 더 쉴 기회가 없어지고 악순환이 되고.” 

 

위와 같은 소비자의 느낌과 생각을 해석해보면 수입맥주는 외국에서 온 경험이 많고 재미있는 친구로 생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소비자는 수입맥주를 마시면서 여행하는 느낌, 놀이와 같은 인상을 받으면서 삶의 여유를 느낀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수입맥주는 소비자의 여유, 이국적 느낌, 재미 등을 표현하는 Personal Expression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콘셉트를 연출(Play the Concept)’하려는 동기는 나만의 느낌, 생각, 스타일을 타인에게 표현하려는 PersonalExpression 욕구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참고: 트렌드코리아 2019,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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