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sumer Insight] Branding for Human : 차별이냐 본질이냐
2018.08.17 02:48 광고계동향, 조회수:8703
 

이재호 브랜드인문학연구소 [Branding In Island] 소장  

마케팅에서 기본적으로, 그리고 필수적으로 중요하게 취급되는 개념 중 하나가 차별화(Differentiation)이다. 차별화는 시대와 지역을 넘어 언제 어디서든 중요한 마케팅의 절체절명의 과제로 인식되어 왔으며, 따라서 경쟁 브랜드와는 다른 고유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전략적으로 설정하여 이미지를 차별화하는 과정은 브랜딩에 있어서 필수적인 과제였다. 이미지와 제품이 아무리 좋고 뛰어나도 타 브랜드와 혹은 타제품과 유사하면 그 즉시 마케팅 가치는 떨어지는 것으로 인식되었으며, 그래서 자신의 브랜드를 차별화할 수 있는 지점을 어디서 찾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브랜딩의 아주 중요한 이슈였다. 제품에서 차별화할 수 없다면, 상징물이나 대표 색상, 브랜드 전속 모델, 배경 음악까지 다양한 크리에이티브적 요소를 활용하기도 하였으며, 브랜드의 철학으로 차별화를 도모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절대로 변하지 않을 것 같던 마케팅과 브랜딩의 절대적 과제인 차별화마저도 디지털 시대에 이르러 그 중요성과 의미가 달라지고 있다. 과연 차별화하지 못하면, 실패하는 것인가? 마케터라면 이 질문을 그 근본에서부터 다시 한번 물어봐야 할 때가 되었다. 차별화된 브랜딩을 통해서 자신만의 철학과 이미지를 견고하게 구축하여 오랫동안 성공하고 있는 사례를 한번 살펴보자. 대표적인 사례가 나이키와 아디다스다. 스포츠화 시장을 양분하고 있었던 이 양대 빅 브랜드들은 스포츠를 바라보는 브랜드의 시각, 즉 브랜드의 철학으로 차별화를 이루어 왔다. 나이키는 경쟁에서의 승리, 과정보다는 결과, 영웅적인 승자의 우월하고 공격적인 이미지를 강조해 왔다. 반면, 아디다스는 자신을 극복하는 내면의 투지, 결과보다는과정, 개인보다는 팀워크(Teamwork)의 결속력을 강조해 왔다. 브랜딩에 있어 차별화만큼 중요한 요소로 꼽는 과제가 ‘일관성’이며, 따라서 그들은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각각이 추구하는 브랜드의 스포츠 철학에 기반하여 모델 선정과 핵심 메시지, 광고의 톤앤매너 등을 모두 차별화된 방향으로 일관되게 추구해 왔다. 그 결과 그들은 각기 다른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잘 구축하여 시장을 안정적으로 양분해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큰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 브랜딩의 주요한 규칙인 일관성을 깨면서까지 그들은 이미지 구축에 있어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나이키는 더 이상 승리와 영웅을 강조하지 않는다. 그들은 일반 소비자의 일상으로 들어가 각자의 스포츠 활동과 각자의 스포츠 정신을 개개인 별로 비춰준다. 결과보다는 순간순간 스포츠를 통해 얻는 인간적인 즐거움과 성취를 높여 준다. 브랜드의 상징과 제품, 영웅화된 에피소드는 사라졌다. 그러다 보니 나이키의 브랜드 활동은 아디다스와 비슷한 느낌이 나타나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아디다스는 어떠한가? 이 또한 마찬가지다. 아디다스는 개개인의 일상과 각자가 가지는 스포츠의 의미, 순간순간의 즐거움과 성취를 비춰준다. 이들 브랜드의 최근 커뮤니케이션을 보고 있으면, 어떤 광고가 어느 브랜드의 것인지 쉽게 구별되지 않는다. 예전에는 광고 15초가 아닌 앞부분 5초만 봐도 금방 구분이 되던 그들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이었다. 그뿐인가. 새로 시장에서 성과를 보이는 다른 브랜드들, 언더아머(Under Armour)나 데상트(Descente) 같은 브랜드들도 유사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한 인간에게 스포츠란 어떤 의미인가를 본질적으로 해석해 보는 스포츠 철학 광고들이다. 메시지도 톤앤매너도 비슷하다. 그들은 달라 보임으로써 소비자를 현혹하려 하지 않는다. 다만, 공감과 감동의 접점을 통해 소비자와 만난다. 

 

그렇다면 여기서 궁금해지는 것이 하나 있다. 이렇게 다들 비슷해서 어떻게 브랜딩의 핵심 과제인 차별화를 이루겠는가? 브랜드가 각자의 색깔을 잃어가면 소비자들이 각 브랜드에 대해 어떤 매력을 느끼겠는가?

해답은 단순한 데 있다. 이 또한 인간을 위한 브랜딩에 있다. 그러니까 집단보다는 개인이, 과시보다는 만족이, 물질보다는 가치가 중요해지는 시대가 되면서 과시를 위한 차별화보다는 한 인간으로서 개인의 본질에 충실한, 그래서 공감할 수 있는 접점이 더 중요하다. 거꾸로 말하자면, 인간의 본질에 닿아있는 가치를 전달할 수 있다면, 차별화되지 않아도 매력적일 수 있고 다르지 않아도 선호될 수 있으며, 특별하지 않아도 소중할 수 있다. 여기에서 소비자는 단지 제품을 구매하는 구매자로서가 아닌, 한 인간으로 존중받는데 더 가치를 두며, 인간적인 연대감에 더 큰 매력을 느끼는 존재로서, 보다 근본적이고 기본적인 인간적 향수를 추구하고 바로 그 지점에서 차별화 이상의 만족을 느끼고 감동을 받는다. 나는 ‘나’ 개인으로서 인정받고 싶고 ‘나’를 있는 그대로 표출하고 싶지만, 이것이 브랜드와 제품의 인위적이고 과시적인 치장과 상품적 가치를 통해서 달성하고 싶은 욕구는 아니다. 나는 나로서 존중받고 나 자신으로 살고 싶다는 건, 타인과 차별화되고 싶다는 구별의 욕구와는 다르다. 그것은 있는 그대로, 꾸미지 않은 인간적인 내 모습 그대로, 강요되고 꾸며진 내가 아닌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의 나에 대한 갈망이다. 바로 인간적인 가치와 자연스러운 표출에 대한 욕망이다. 그 때문에 타인과 구분을 이루는 수단으로서 차별화된 브랜드가 아닌, 인간으로서 나 자신의 자연스러운 표출을 도와주는 공감되는 브랜드를 원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브랜드와 유사한 메시지와 스타일이더라도 좀 더 나의, 인간의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가치와 욕망을
충족시켜 줄 수 있다면 그러한 자연스러움을 더 선호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시대의 브랜딩에 있어서라면 차별적 가치보다는 본질적 가치가, 특별함보다는 보편성이, 튀는 매력보다는 자연스러움이 더 큰 매력이 된다. 그러한 가치와 매력이 곧 차별화 이상의, 인간을 위한 브랜딩에서 얻어야만 하는 핵심적인 아이덴티티이자 브랜드의 경쟁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차별화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여전히 소비자들은 독특함과 새로움을 원하며, 나만의 취향을 드러내고 싶어 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러한 소비자 욕구에 대한 대응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개성 표출과 차별적 매력에 대한 대응은 브랜드의 아이덴티티 구축 수준에서보다는 각 제품 라인, 시기별 아이템을 통해서 충족시키는 이원적 전략이 유효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로 많은 브랜드들이 이러한 이원적 전략,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대중에서 특정 집단으로, 집단에서 개인으로 원자화되고, 욕구 또한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무한히 구분되며, 그러면서도 인간적이고 본질적인 큰 가치에 대한 향수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극단의 욕구를 모두 포함하는 지금의 디지털 세계에서는 다방면에서의 대응이 모두 요구된다는 면에서 마케팅의 어려움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난해함을 모두 풀어내고 성장하고 사랑받는 브랜드들은 생겨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브랜드들의 성공 열쇠는 아마도, 이전처럼 전략적, 논리적, 통계적으로 접근하는 마케팅, 브랜딩 전략이 아닌, 인간에 대한 인문학적 통찰을 통해 접근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통해서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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