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VIEW] 다시 주목 받는 ‘감성 DNA’
2014.07.28 03:43 오리콤 브랜드 저널, 조회수:4072
김경준 대리, Plan G/IMC Planning 본부, kyungjune.kim@oricom.com

새롭고 화려한 기술의 시대가 도래했다. 버튼 하나로 사람보다 뛰어난 주차 실력을 선보이고, 컴퓨터는 체스나 퀴즈 쇼에서 사람을 능가한다. 의료, 문화, 주식 등 고차원적 인지 능력을 필요로 하는 업무에서 컴퓨터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 결과 필연적으로 주가가 하락하는 정신적 능력들이 있다. 기억력이 가장 대표적인 예이다. 노래방 기기의 도움 없이 끝까지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손꼽힌다거나, 외우고 있는 전화번호는 집이나 여자친구가 전부인 경험이 누구나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국립언어원은 다양한 디지털 기기의 발달에 힘입어 스스로의 뇌를 사용하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게 된 현대인들의 기억력 감퇴 현상을 ‘디지털 치매증후군1’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치매증후군은 마케팅에 있어, 우리 소비자들의 의사결정과정에도 밀접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디지털 기기로 손쉽고 빠르게 원하는 브랜드 정보나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지금, 다양한 제품특성보다는 쉽게 기억되고 쉽게 인출 할 수 있는 브랜드의 특정 단면 만을 보고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며, 정작 브랜드를 둘러싼 수많은 스토리나 지식들은 의외로 단순한 시각적 주의 혹은 간접적 몇 개의 산물로 묻혀버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렇게 디지털화 바람이 거세질수록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 마음은 더욱 아날로그적 감성에 끌리는 듯 하다. 조금 전 일어난 이슈를 남보다 빨리 접하고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올리기만 하는 ‘단거리 선수’보다는 새로운 자신의 생각을 담은 스토리를 보도하는 ‘마라톤 선수’가 더 유리 해지고, 단순 글보다는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그래픽 아티스트가 더욱 유리해졌다.

최근 이전 중년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에 결별을 선언한 신세대 중년 남성들에게서 ‘감성’이 지닌 힘을 느낄 수 있다. X세대로 불리며 1990년대 한국 사회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 넣었던 주역(1966~1974년생)들이 어느새 마흔 줄에 들어섰다. 이제 그들은 40대에 진입했고 사회적 안정을 갖출 시기지만 여전히 흔들리고, 놀이와 재미를 추구하는 ‘영원한 피터팬’이라는 측면에서 그 동안 표출하지 못한 욕망과 본능을 소년의 감성으로 분출하는 ‘어른아이(Iddie 40s)2’라고 불리 우며 새롭게 주목 받고 있다고 한다. 40대의 소비 비중이 다른 세대들보다 크게 증가하는 가운데, 이들의 되살아난 놀이 본능이 장난감, 로봇, 피규어 등 키덜트 산업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은 ‘K-팝의 의외의 팬: 중년 남성’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제 그들은 거창한 꿈은 가슴에 묻어 두고 소소한 일상에서 즐거움을 추구하며 그 속에서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려고 한다. 일에서 찾던 정체성이 수집과 취미 활동을 통해 다차원적으로 발현되고 있다.

이런 감성의 힘은, 최근 광고 시장에서 또한 하나의 추세라고 할 수 있겠다. 소비자의 욕구 수준을 넘어설 만큼 가속화 된 기술의 직관적인 어필 보다는 소비자의 유약한 감성을 자극한 광고들이 유독 눈에 띄고 있다. 최근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중, ‘휘트먼 시’를 빌려 조목조목 감성에어필한 애플의 광고 사례만 봐도 그렇다.



이처럼, 눈부신 기술의 변화에 따른 인간의 감성적 DNA는,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인재상에서부터 소비자의 의사결정 과정 등에 이르기까지, 이 시대의 사회, 문화 전반에 깊숙이 관여 하고 있으며, 끊임 없이 새로운 현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와 새로운 시대에 부합하는 소비자의 인사이트를 위한 깊은 고민 또한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1 디지털 치매증후군, 네이버 캐스트, 건국대학교 범상규 교수
2 어른아이(iddie 40s), 트렌드코리아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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