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소셜미디어 시대의 위기관리
2013.07.08 10:05 광고계동향, 조회수:14240

사례 1.
2007년 2월 14일 시카고 케네디 국제공항에 갑자기 폭설이 내려 활주로로 향하던 제트블루(Jet Blue) 비행기 10여 대는 거의 9시간 동안 비행장 활주로에 갇혀 있어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승객들은 비행기 안에서 자세한 안내 없이 거의 탈진 상태를 경험해야 했고, 공항으로 다시 돌아온 이후에도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이러한 위기 상황을 접한 제트블루의 데이비드 닐먼(David Neelman) 사장은 신속하게 회사의 실수를 인정하면서 진심으로 사과를 전달하기 위해 자신의 블로그와 유튜브를 이용했다. 특히 다시는 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을 ‘고객 권리장전’의 형태로 발표했다. 여론은 이러한 신속하고 과감한 사과와 수정행위에 대해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고, 고객의 충성도도 이전보다 높아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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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2.
2011년 4월 12일 유명한 한복 디자이너가 신라호텔 뷔페레스토랑을 들어가려다 한복을 입었다는 이유로 저지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호텔 입장에서는 뷔페레스토랑의 특성상 한복이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될 수 있고 넘어지면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 출입을 제한한다는 자체 규정을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 유명 한복 디자이너의 아들이 그날 12일 저녁 트위터를 통해 불만을 토로하면서 알려지게 되었고, 신라호텔의 태도를 비난하는 글들로 인해 일파만파 퍼지게 되었다. 사건이 계속 확대되자 이부진 대표이사는 다음 날 직접 디자이너를 찾아가 사과해야만 했다. 신라호텔은 다음날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하기는 했지만, 회사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없었기 때문에 기민하게 공중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삼성그룹 전체 트위터를 이용하여 사과하기도 하고, 며칠이 지난 후 트위터 계정을 개설하여 사과하기도 했지만 이미 사람들의 분노를 가라앉히기에는 시간이 지난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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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3.
2010년 1월 12일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에 진도 7의 대지진이 발생하여 최소 20만 명 이상이 사망하고, 150만 명의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하지만 정부의 재난 대책은 미미했고, 사회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구호활동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국제사회가 주는 도움의 손길에 의존해야만 했다. 이런 구호활동을 조직화하는 데는 소셜미디어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지진이 발생하자 트위터를 통해서 사람들은 아이티의 참상을 속보로 알릴 수 있게 되었고, 국제 사회가 제공하는 구호 노력을 조직화하고, 자원봉사 캠페인을 전개할 수 있었다. 특징적인 일은 어떤 조직이 중심이 되어 구호 캠페인을 벌인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조직화를 이루고 가장 효과적으로 아이티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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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례 1과 2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조직에게 소셜미디어는 양날의 칼이라는 점이다. 소셜미디어 시대는 위기 상황에서 자신의 의사를 신속하고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는 새로운 매체가 생겼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예전 같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안들이 쉽게 위기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09년 4월 미국 도미노피자 직원이 피자를 만들면서 햄을 코에 넣는 등의 온갖 엽기적인 장난을 친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면서 세상을 놀라게 만든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은 도미노피자가 유튜브에 사과문을 올리는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신속하게 반응함으로써 일단락되었지만 여전히 가장 엽기적인 위기로 소개되고 있다. 이런 사건을 살펴보면 소셜미디어 시대 위기관리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다. 예전 같으면 크게 주목을 받기 어려운 사건이 이제는 매우 쉬운 방법으로 전 세계적인 위기가 될 수 있다. 또한 신속하게 퍼져나가는 만큼 빠르게 대응하지 않으면 사안을 잠재우기는 더욱 힘들어졌다.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사안은 쉽게 관리 영역을 떠나 버리는 것이다.
 
따라서 소셜미디어 시대 위기관리는 신속한 대응이 관건이다. 2012년 3월 롯데칠성음료가 소주 ‘처음처럼’의 알칼리 환원수 유해 논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자 적극적으로 대응한 것이라든지, 떡볶이 프랜차이즈 죠스푸드가 CJ그룹 계열사라는 루머로 오해를 사게 되자 CJ측에서 대응한 것은 신속 대응의 원칙을 잘 지킨 것이다. 채선당 임산부 폭행 사건 때도 신속하게 사과한 채선당의 대응은 박수를 보낼 만하다. 하지만 신속성과 함께 중요한 것은 커뮤니케이션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의 일관성은 위기 상황을 맞은 조직의 입장에서 사실에 바탕을 둔 완벽한 이야기(story)를 구성한다는 의미다. 이번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의 성희롱 위기에서도 보았듯이, 위기를 맞은 조직은 일관성 있는 커뮤니케이션에 실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지할 수 없는 커뮤니케이션은 그것을 다시 구성하는 과정에서 신뢰에 상처를 입게 되고, 점점 더 커뮤니케이션의 주도권을 상실하게 된다. 위기 이후에 이야기를 구성할 때는 진실성은 기본이고, 사람의 향기를 불어넣는 것 또한 중요하다. 흔히 학계에서 소셜미디어의 속성으로 상호작용성, 근접성, 반응성, 대화성 등을 든다. 이러한 모든 속성들이 지향하는 점은 결국 얼마나 사람들과 감성적으로 소통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일방적인 상황 설명, 사람들과 공감할 수 없는 사과,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주지 않은 수정행위는 모두 의미공유(meaning sharing)의 실패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소셜미디어 시대의 위기관리는 위에서 든 사례 3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소셜미디어의 확산을 새로운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보면서 기술적인 속성에만 주목하는 것은 큰 그림에서 현상을 바라보는 것을 오히려 방해한다. 이제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사람들은 조직화를 이루는 방법을 알게 되었고, 기존의 조직이 하지 못하던 일들을 거침없이 해낼 수 있게 되었다. 중동의 민주화 바람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사회적인 약자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힘을 모으고 사람을 동원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더 이상 사회적인 약자는 개별화된 약자로 남아 있지 않는다. 소셜미디어 시대는 공식적인 조직의 의미, 대상으로만 바라보던 공중의 의미, 기득권으로서 권력의 의미가 혁명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 일어나고 있는 갑과 을의 전쟁은 소셜미디어가 일구어낸 이러한 변화의 바람을 반영한다. 기업을 포함한 기존 조직의 입장에서는 소셜미디어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사회적인 경향, 정치적인 역동성, 권력에 대한 견제를 조직 경영활동의 화두로 삼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어쩌면 소셜미디어 시대에 가장 필요한 선제적인 위기관리 예방책이라고 할 것이다.

[글 | 김영욱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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