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끊임없이 진화하는 '톰TOM'이 되겠습니다.
2012.11.08 04:52 광고계동향, 조회수:12065


영화 ‘마당을 나온 암탉’을 보면 겁 없는 암탉 ‘잎싹’이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 양계장을 탈출한다. 하지만 잎싹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험난한 대자연이다. 양준호 대표는 잎싹이처럼 더 높이 날고 싶은 꿈을 꾸며 톰커뮤니케이션즈를 열었다. 경쟁이 기본인 광고업계에서 소규모로 회사를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양 대표는 작년에 진행하던 프로젝트의 절반 이상이 각종 광고제에서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며 독립 광고회사의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광고계동향 11월호에서는 실력으로 단단히 무장한 젊은 독립광고회사 ‘톰커뮤니케이션즈’의 양준호 대표를 만나보았다.

톰, 내 꿈을 이루어줘
톰, 또는 탐은 사람 이름이 맞았다. 물론 Top Of Mind의 뜻도 있지만 그보다는 인성이 중요한 광고업계에서 부르기 쉬운 친근한 사람이름으로 양준호 대표는 톰(TOM)을 선택했다. 톰은 양 대표가 설립한 두 번째 광고회사이다. 첫 번째 회사는 친정이라 할 수 있는 제일기획에서 입사 3년차에 마음이 맞는 같은 팀 동료들과 함께 열었던 ‘브랜드위원회’이다.

“인터넷 혁명이 있었던 2000년도에 소위 닷컴회사들은 워낙 규모가 작다보니 광고를 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 기회를 보고 ‘브랜드위원회’라는 회사를 차리게 되었죠. 1년 동안 고생도 많이 했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어요.”

지금은 프로덕션이 된 브랜드위원회의 전신은 광고회사였다. 젊은 광고인 몇 명이 같이 일을 하다 보니 재미는 있었지만 서로의 목표가 달랐고, 고민하던 중에 좋은 기회를 만나 TBWA행을 결정했다. 그리고 TBWA에서 양 대표는 스카이를 고급스런 니치(niche) 브랜드로 재탄생시킨 ‘It’s Different’캠페인을 진행하게 된다. 양 대표의 인생에 있어서 TBWA에 있었던 8년은 큰 경험이었다. 하지만 가슴속에는 ‘언젠가 내가 생각하는 회사를 꼭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고, 이후 SK마케팅앤컴퍼니에서 근무하던 중 또 한 번 독립을 결심하게 된다. 양 대표는 오랫동안 같이 일해 왔던 동료들을 주축으로 하여 작지만 최고의 크리에이티브를 펼치겠다는 각오로 2010년 11월, 톰커뮤니케이션즈를 설립했다.

장기적으로 통할 수 있는 컬쳐 코드를 광고에 담고싶어...
업계 동료들은 양 대표의 크리에이티브를 두고 ‘비주얼 아이디어가 강하다’, ‘반전이 있는 아이디어가 있다’, ‘글로벌한 아이디어 코드가 있다’고 평가한다. 탄탄한 실력을 기반으로 한 톰은 출발 첫해에 진행한 캠페인의 반 이상이 각종 광고제에서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2011 대한민국광고대상 영상(TV)부문 은상을 받은 ‘대한항공 평창올림픽 유치 광고’, 2011 TVCF 어워드 은상을 받은 ‘스카이 베가 LTE’, 2011 TVCF 어워드 동상을 받은 ‘CJ CGV 4DX’가 바로 그 작품이다.

“운이 좋았어요. 대한항공의 경우 우연히 기회가 왔습니다. 원래 평창편은 액수가 많지 않았는데 제작 후 실제 집행액이 늘어나서 행복했죠. CJ CGV의 특화 상영관 중 하나인 4DX는 글로벌 광고용으로 만들었는데 시안에서 글자하나 수정 없이 통과되었어요. 4DX는 매체가 영화관이라 영화 같은 느낌도 필요했고, 10개국에 온에어 될 광고라 코드도 단순해야 했습니다. 신인감독과 샌프란시스코에서 이틀 만에 만들었는데 해외촬영은 시간이 돈이니까 정말 죽을힘을 다해서 뛰어다니며 촬영했죠. 미국은 촬영협조가 잘되는 나라라서 액션영화 찍듯이 재미있게 찍었어요. 반응은 꽤 좋았습니다.”

양 대표는 사람들이 광고를 보는 15초 안에서 많은 것들을 느꼈으면 한다고 말한다. 옛날 유적들을 보면 그 당시의 문화가 반영되어 있듯 광고에도 상업적인 메시지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장기적으로 통할 수 있는 컬쳐 코드를 담고 싶다는 것이다.

광고회사가 주인의식을 가질 때 좋은 광고가 탄생해
큰 광고회사의 강점이 좋은 인력, 좋은 시스템, 좋은 교육 등이라고 한다면 작은 광고회사가 갖는 강점도 있다.

“요즘에는 커뮤니케이션이 과해서 생기는 부작용도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광고주에게 OT받을 때부터 온에어 될 때까지 생길 수 있는 변수를 최소화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광고주와 처음에 한 약속을 지키는 거죠. 큰 회사는 아무래도 조직이 크기 때문에 저희처럼 의사결정 단계가 단순한 작은 회사에 비해 어려울 수 있어요. 저희가 가지는 강점이죠. 광고회사는 한 캠페인이 실패하면 다른 캠페인을 만들면 되지만 광고주는 감봉당하고 좌천되기도 해요. 그렇기 때문에 광고회사는 주인의식을 가져야합니다. 주인의식이 있으면 광고는 잘 만들 수밖에 없어요. 애정이 있어야 하죠.”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행복해 광고를 시작했다는 양 대표는 “광고의 절대 가치는 좋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고 말한다. 광고일이 행복한 이유는 내가 브랜드에 대한 사명감을 가지고 무엇을 이야기 할 것인가에 대해 아이디어를 내면 그것을 전달할 방법이 있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무엇보다 광고일이 행복하다는 것을 모든 광고인들이 느꼈으면 좋겠어요. 또 광고업계에 대한 인식이 좋아져서 나중에 ‘나 10년 전에 광고했던 사람이야’ 라고 했을 때 자랑스러워질 수 있었으면 합니다.”

바위를 쳐보려는 굳센 계란
“회사를 시작할 때 어느 정도는 각오했지만 우리나라에서 광고회사를 소규모로 시작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광고주는 효율성, 편리성 등으로 원스톱 토탈마케팅서비스가 가능한 회사를 찾는다. 또 경쟁PT에서도 스토리보드보다는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영상 시안을 선호하게 되는데 이는 업계의 하부구조를 고사시킬 수 있는 출혈경쟁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러다보니 소규모회사보다는 대규모회사가 유리하고, 이 때문에 다양성 측면에서 새로운 크리에이티브의 가능성 또한 줄게 된다.

“경쟁은 광고업계를 발전시키는 필수요소지만 경쟁보다 더 중요한 상생이라는 가치가 지켜져야 업계가 고사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광고인들이 지쳐서 업계에 흥미를 잃고 이탈하게 만드는 구조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주위에는 독립광고대행사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이 있어요. 제 용기를 높게 사주시는 업계선배님들 한마디 한 마디에 힘을 얻습니다.”

끝으로 양 대표에게 톰이 어떤 회사로 불리길 원하는지 물어보았다.

“생각의 경쟁시대에는 형태를 계속해서 변화시킬 수 있는 회사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광고회사는 비정형이어야 하죠. 업계 사람들이 ‘저 회사는 모양을 모르겠어.’라고 말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회사명이 ‘톰커뮤니케이션즈’라고 되어있는데 커뮤니케이션즈는 광고회사임을 알리기위해 일단 통념에 가까운 이름을 쓴 겁니다. 나중에 이름도 바꾸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물론 톰은 가져가야겠지만요. 사람이 진화하듯이 톰도 계속 변해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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