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History] 비교광고의 시작은 미국 스탠다드 석유(Standard Oil)가 효시?
2012.10.10 04:13 광고계동향, 조회수:11767




월간 광고계동향에서는 지난 9월호부터 ‘AD History’ 코너를 신설하고 우리가 잘 몰랐던 광고 옛이야기에 대해 다루고 있다. 처음 12회는 개화기에서 1910년대까지의 광고로 한국 광고계의 산증인이라 할 수 있는 신인섭 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초빙교수가 연재할 예정이다. 10월호 광고계동향에서는 두 번째 이야기로 ‘비교광고의 효시(嚆矢)’에 대해 알아본다.

지금으로부터 109년 전 황성신문(1903.10.28)에는 미국 스탠다드 석유(Standard Oil Company of New York) 제품 광고가 게재되었다. 그리고 이는 다른 석유보다 이 회사 석유가 더 좋다는 것을 글과 그림으로 보여주는 비교광고였다.

일러스트레이션이 4개가 들어간 이 광고는 석유가 들어있는 통이 헤드라인 중간에 있고, 판매점 간판이 가운데 큼직하게 있으며 광고 왼쪽 밑에는 솔표 석유와 타표유(다른 브랜드)로 불을 켠 등이 나와 있다. 이 비교광고의 중심은 두 개의 등잔불이다. 오른쪽 솔표유(松票 油)는 불이 밝아 사방으로 불빛이 비치고 그을음이 없으며 불길이 곧다. 다른 상표 석유는 불길이 가늘고 그을음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어느 기름이 좋은지는 다른 설명을 하지 않아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광고 레이아웃도 퍽 신경을 쓴 듯 한데 오른쪽 석유통 그림 아래위로 솔표석유 특별광고(松票石油 特別廣告)를 한문과 한글로 썼다. 그 밑에는 한문만으로 솔표석유 방매(소매)조합(松票石油 放賣組合) 소속 상점에게 알린다는 말이 있다. 광고지면 3분의 1쯤을 석유통 그림과 솔표석유 특별광고라는 헤드라인에 배당했다. 가운데 있는 그림은 솔표 석유 소매점을 표시한 간판으로 일본어가 있는 데 <스탠다드(Standard)>이다. 광고 본문에는 솔표석유의 특징을 다섯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첫째, 밝고 그을음이 없으며, 둘째, 솔표 석유 소매점에는 그림과 같은 간판이 붙어있고, 셋째, <송표유(松票油) 시틴다더 외일 콤파니 아부 뉴역(Standard Oil Company of New York)>이라는 서투른 표기가 있고, 넷째, 솔표 석유는 화기가 강해서 조금만 써도 불이 밝고, 다섯째는 솔표 석유의 특징은 그림과 같다는 설명이다.

미국 스탠더드 오일은 뒤에 세계 최대의 억만장자가 된 죤 D. 록펠러(John D. Rockefeller)가 1870년 오하이오주에 설립한 석유회사이다. 당시 석유는 등유와 난방용으로 사용되었다. 록펠러는 석유 채굴, 정유, 수송 등 모든 생산, 유통을 독점했다. 뒤에 트러스트(Trust)로 알려진 그의 독점기업은 1911년에 드디어 셔만(Sherman) 독점금지법에 의해 해체되었다. 다만 그의 독점 덕분(?)에 소비자는 싼 값으로 석유를 살 수 있게 되었는데 1865년에서 1870년에 이르는 5년 사이에 석유 값은 58센트에서 26센트로 떨어져 반값 이하가 되었다. 그 뒤 스탠다드 석유는 세계 도처로 뻗어 나갔고 일본을 거쳐 한국에도 진출했다. 그런 이유로 이 광고에도 일본어가 나타나고 있다.

핸리 포드(Henry Ford)가 만든 모델 T(Model T) 자동차가 선을 보인 것은 1908년이었으므로 서울에서 황성신문에 이 광고가 게재될 무렵에는 아직 미국에서 자동차 산업이 본격화되기 전이었으므로 휘발유는 일반화되지 않았다. (서울에 포드와 GM 자동차의 쉐보레(Chevrolet) 자동차가 치열한 광고전을 벌인 것은 1928년부터였다.) 말할 것도 없이 석유와 자동차는 실과 바늘 같다. 비교광고는 미국에서도 1970년대에야 본격화되었다. 그러나 문화의 차이 때문에 유교문화권인 동양 3개국에서는 기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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