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정치 슬로건은 후보와 시대정신의 접점을 찾아내는 일_유권자가 뜨거운 열정을 품게 만들어야...
2012.10.09 01:27 광고계동향, 조회수:13897




하반기 대선을 앞두고 광고계 인사들의 정치계 활동이 두드러지고 있다. 올해 초 새누리당의 홍보기획본부장을 맡았던 스토리마케팅 조동원 대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의 슬로건을 제작한 일레븐스카인드 최창희 대표, 카피라이터 정철,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 보의 슬로건을 발표한 국민대학교 변추석 교수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정당들이 광고를 전문분야로 인식하고 각 진영의 가장 중요한 광고 홍보부문에 전문가를 배치하기 시작한 것이다. 광고계동향 10월호에서는 지난달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슬로건을 제작한 변추석 교수에 이어 국내의 대표적인 카피라이터로 광고연구원에서 후배 카피라이터들을 수없이 양성한 정철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문재인 캠프> 홍보기획본부장을 만나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슬로건을 제작하게 된 계기와 제작과정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인터뷰·정리 | 김정은 기자


문재인 슬로건 제작에 참여하시게 된 계기는?
작년 겨울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저는 올해 새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문재인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믿었기에 선뜻 그러겠다고 했습니다. 50년을 나를 위해 살았으니, 1년 정도는 대한민국을 위해 살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결국 변화를 갈망하는 마음이 저를 이번 대선에 참여하게 만든 셈입니다. 그래서 부산 총선 때부터 본격적으로 문재인 후보의 카피를 쓰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대선 캠프로 이어졌습니다.

기존에 주로 하셨던 브랜드 광고와 정치광고는 어떤 차이점이 있습니까?
브랜드 광고는 예산만 허락한다면 자신이 원하는 모든 매체를 다 사용하여 소비자와 만날 수 있지만 정치광고는 그렇지 못합니다. 대중매체를 통한 전달이 극히 제한되어 있습니다. 선거법이 그렇습니다. 온라인이나 SNS를 통하지 않으면 사실상 유권자를 만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온라인 캠페인을 통해 열정적인 지지자를 만들어 내야 합니다. 열정적인 지지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스스로 우리가 만든 정치광고를 주위에 퍼뜨리는 매체가 되게 해야 합니다. 따라서 정치광고는 유권자의 태도를 바꾸는 일 만큼 유권자가 뜨거운 열정을 품게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선에서 슬로건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십니까?
슬로건 하나로 유권자의 절반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이미 60%에 가까운 유권자가 슬로건을 만나기도 전에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태도를 결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슬로건의 영향력은 유권자의 5% 이내에 국한되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선거는, 특히 대통령 선거는 불과 2~3%의 차이로 승부가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선거는 구도라고 하지만, 그 구도가 팽팽할수록 슬로건의 영향력은 커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슬로건 제작과정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슬로건은 후보와 시대정신의 접점을 찾아내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우선, 2012년 오늘 대한민국의 시대 정신은 무엇인가? 그것을 찾아내는 일에 시간과 노력을 다 쏟았습니다. 그것은 유권자들과 만나는 일이었습니다. 시대정신이 곧 유권자들의 요구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찾아낸 시대정신들을 후보와 나란히 놓고 살폈습니다. 오버랩 되는 부분들이 보였습니다. 그것을 컨셉으로 놓고 슬로건을 만들었고, 그 슬로건을 유권자들의 머릿 속에 각인시켜줄 크리에이티브 작업이 진행되었습니다.

슬로건 ‘사람이 먼저다’에 담긴 정책의 방향성에 대해 설명해주신다면?
‘사람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은, 말 그대로 사람을 맨 앞에 두겠다는 뜻입니다. 이념보다, 성공보다, 권력보다, 개발보다, 성장보다, 집안보다, 학력보다, 아파트보다, 자동차보다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슬로건 한 줄에 문재인의 인생, 철학, 비전, 정책방향을 모두 담은 것입니다. 이 슬로건에 담긴 정책 방향은 복지, 배려, 민주 등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먼저 복지는 사람에게 돈을 쓰겠다는 뜻입니다.

경제민주화, 일자리, 삶의 질 등의 키워드가 여기에 포괄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배려는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먼저 생각하겠다는 뜻입니다. 공정, 패자부활, 소통 등의 키워드가 여기에 속할 것입니다. 그리고 민주는 국민 앞에 겸손한 정부가 되겠다는 뜻입니다. 인권, 재벌개혁, 검찰개혁 등의 키워드를 포괄합니다. 결국 이 슬로건은 국민을 위한 공평과 정의를 실현해 따뜻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뜻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채택되지 못한 슬로건 후보 중 아쉬운 것이 있다면?
이번 슬로건 작업은 철저하게 광고 전문가들에게 맡겨졌습니다. 따라서 A안, B안, C안 다양하게 준비해 놓고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 결정하는 과정을 생략했습니다. 정치적인 입김이 강할수록 처음 의도한 부분들이 희석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회의 중에는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있었지만, 치열한 논쟁을 통해 아이디어들의 경쟁력이 확인되었고 배제되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잘 견뎌낸 슬로건이 ‘사람이 먼저다’였고 그대로 살아남았습니다. 그래서 머리 뒤 꼭지에 남아있는 아쉬운 슬로건은 없습니다. 슬로건을 발표하고 난 지금도 그 생각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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