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경쟁 PT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습니다
2011.10.21 11:34 광고계동향, 조회수:12190




                                                                                            





글 | 최명일 더블유프로덕션 대표
前 코래드 카피라이터
前 프로파간다 기획실장
前 광고방 기획실장


K형!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습니다. 한달 가까이 경쟁PT를 준비하다 보니 소식이 좀 늦어졌습니다. 어제 끝난 경쟁PT는 광고대행사를 자주 바꾸는 광고주라서 준비하는데 더 애를 먹었습니다. 1차로 상위10개 대행사 중 8개사가 참여를 했고, 그 중에 4개 대행사를 추려 2차 PT를 했습니다. 요즘은 PT가 단판승부로 끝나질 않습니다. 최종3차 PT는 바로 어제 2개사가 했습니다. 시간낭비가 보통이 아니지요. 광고시안을 애티매틱 동영상으로 하라는 광고주 요구에 저와 함께 일하는 대행사는 더 좋은 퀄리티를 내기 위한 욕심에 직접 찍어서 시안을 만들기까지 했습니다. 비용 또한 만만치 않게 들었습니다. 뻔히 제 살 깎아 먹기라는 것을 알면서도 일단 붙고 봐야 하기에 비용을 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적게는 1,000만원에서 많게는 4,000~5,000만원은 훌쩍 넘게 PT비용이 들다 보니 광고대행사로 선정이 돼도 문제, 선정이 되지 않으면 Rejection Fee를 받지 못하니 열악한 환경 속에 있는 제작협력업체들의 출혈이 예상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K형! 형님도 알다시피 광고주들이 경쟁PT를 통해 얻고자 하는 바가 있습니다. 경쟁을 유도하여 기존의 광고대행사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함도 있고, 다양한 광고회사로부터 다양한 해법을 받아 자신의 입맛에 맞는 최고의 것을 선택하겠다는 뜻도 있을 겁니다. 물론, 경쟁PT를 통해 광고회사로부터 보다 더 나은 크리에이티브와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경쟁PT가 너무 잦다 보면 광고대행사간의 과잉 경쟁을 유발하고 누군가는 과당경쟁으로 인한 경쟁PT비용을 부담을 해야 합니다. 제작물의 퀄리티가 떨어지게 되는 원인이 되어, 결국 손해는 광고주가 보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광고주는 또 광고대행사를 바꾸기 위해 경쟁PT를 시켜야합니다.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지요.

K형! 오늘따라 형이 보고 싶은 건 무슨 이유일까요? 예전에 형이 강하게 말씀하셨던 PT 컨설팅 에이전시인 ‘Search Consultancy’의 도입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Search Consultancy’가 미국과 유럽 등 광고 선진국에서 경쟁 PT의 효율성과 낭비요소들을 최소화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독립 컨설팅 회사라고 들었습니다. 국내에도 ‘Search Consultancy’가 도입이 된다면 경쟁PT에서 탈락한 회사들도
Rejection Fee를 지급받을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광고물 제작수주 합의로 인한 불필요한 경쟁도 방지할 수 있고, 정확한 평가 기준을 통해서 불공정한 로비도 방지할 수 있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봅니다. 저는 그것보다 광고주와 광고회사의 성숙한 파트너쉽을 더 기대합니다. 1~2년 지나면 등 돌리는 관계가 아니라, 10년 20년 함께 고민하고, 함께 해결하고, 함께 성장해갈 수 있는 동반자와 같은 광고주가 나오기를 꿈꿔 봅니다.

K형! 끝으로 광고대행사간의 출혈경쟁을 보다못해 ‘A4지 한장의 내용만으로 경쟁PT를 하여 광고대행사를 선정하자’고 목소리를 높이시던 1세대 카피라이터 김태형 선생님의 글 ‘옛날 옛적’을 보내드립니다.

<나간다 나간다 잘 나간다/불티난다 신난다/물건이 좋아서 잘 나간다/영업 잘 해서 잘 나간다/광고도 잘 했지 잘 했어/ 큰일이다 야단났다/안 나간다 안 나간다/물건이 안 나간다/광고가 잘못됐다/광고가 문제다/광고를 바꿔야지/광고회사를 바꿔야지/광고회사 쌔고 쌨지/골라잡아 땡/조사도 무료 서비스/제작도 무료 서비스/골프도 무료 서비스/또 무슨 무슨 서비스…/광고회사는 공기 먹고 사나/광고쟁이들은 공기 먹고 사나/물건 안 나갈 수밖에!>
-김태형 著 ‘카피라이터 가라사대’ 中 ‘옛날 옛적’-

조만간 한번 찾아뵙겠습니다. 환절기에 건강 조심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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