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로 읽는 심리학] 혀가 아닌 뇌를 자극하라
2010.09.28 04:34 대홍 커뮤니케이션즈, 조회수:10915





 
글 ㅣ 우석봉 (대전대학교 산업·광고심리학과 교수)



식품광고는 우리나라의 연간 광고비 구성에서 언제나 상위를 차지할 만큼 가장 활발하게 광고하는 분야다. 왜 식품광고는 다른 제품의 광고보다 즉각적인 구매나 사용 욕구를 유발하는 점에서 더 강한 힘을 가질까? 또한 소비자를 자극하는 심리학적 기제는 무엇일까?


미각은 인간의 오감 중에서도 생존과 관련해 매우 중요한 감각이다. 미각은 유기체의 생존을 유지하기 위한 음식물의 섭취, 즉 먹는 것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혀에는 수많은 미뢰(Taste Bud)가 있다. 하나의 미뢰에는 단맛·쓴맛·신맛·짠맛·감칠맛의 5가지 맛에 반응하는 맛세포가 있다. 이는 음식 입자를 감각 신호로 변환해 뇌로 보낸다.

뇌로 보내진 맛에 대한 감각 신호는 기억·정서·동기와 관련된 뇌의 다른 영역과 즉각적이면서도 긴밀하게 소통한다. 결국 음식을 통해 느끼는 다양한 맛과 경험은 혀가 아니라 우리 뇌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음식은 비단 혀에서 느끼는 말초적인 맛의 경험, 그리고 생물학적 생존을 위한 영양소의 섭취 대상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맛의 적응 가치, 그 오래된 흔적

음식의 섭취는, 생존을 위한 그 강력한 적응적 가치로 인해 진화론적 설명을 배제하기는 힘들다. 단맛을 보자. 인류의 조상이 칼로리를 섭취하기 위해 가장 손쉽게 섭취할 수 있는 것은 잘 익은 과일이었고, 그것은 단맛과 강력하게 결합된다. 단맛에 대한 진화의 흔적은 생후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신생아에서도 나타난다. 신생아는 다른 맛보다 단맛에 신속하고 강하게 반응한다. 혀에서 뇌로 연결되는 신경섬유에도 단맛에 반응하는 수용기가 가장 많이 분포한다.

조건 학습 연구도 미각의 적응적 가치의 힘을 보여준다. 일명 ‘가르시아 효과(Garcia Effect)’로 알려진 미각 혐오 학습은, 실험용 쥐가 단 한 차례의 혐오적인 맛을 경험하더라도 그것과 연합된 자극을 회피하는 것을 학습한다는 흥미로운 현상이다. 야행성인 쥐의 생존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은 미각이기에 고전적 조건화의 법칙, 즉 조건화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자극 간에 여러 번의 연합이 필요하다는 법칙이 쥐의 품성학적(Ethological) 특성을 이기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비단 설치류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맛에 대한 학습 또한 탁월해 음식에 관한 한 불쾌한 맛이나 만족스럽지 못한 맛에 대한 기억 능력은 매우 뛰어나다. 물론 반대 현상도 마찬가지다. 만족스럽지 않은 맛을 경험한 식품광고, 또는 유쾌하고 만족스러운 맛을 경험한 식품광고를 보노라면 우리의 뇌는 그때 경험한 맛을 그대로 재생한다.

다른 제품광고에서는 좀처럼 일어나기 힘든 현상인데, 음식은 감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음식 앞에서는 우리 뇌의 변연계가 전두피질을 압도한다. 감정이 이성을 몰아내는 것이다. 예일 대학에서 실시한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연구에서도 배고픈 실험 참여자에게 초콜릿과 밀크셰이크를 보여주었더니 다른 영역에 비해 정서를 담당하는 뇌 영역이 가장 활성화됨을 알 수 있었다.

식품광고를 보는 소비자는 어떨까? 치즈가 맛깔 나게 늘어나는 피자, 노릇하게 튀긴 치킨, 거품이 넘실대는 황금빛 맥주, 채소와 먹음직한 패티가 어우러진 햄버거…. 이성에 앞서 감정이 소비자를 움직이기 시작한다. 식품광고에서는 백 마디말보다 감정을 자극하는 비주얼한 컷이 소비자를 움직이는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 요즘처럼 인터넷을 통해 브랜드에 대한 정보를 탐색하는 것이 일상화된 소비자에게는 대중매체를 통한 식품광고에서 식감을 자극하는 기술적 표현의 중요성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소비자를 움직이는 식품광고의 심리학적 기제

소비자의 감정, 그리고 욕구를 자극하는 식품광고의 요소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식품광고에서 욕구를 유발하는 결정적 요소는 식감에 호소하는 시각 자극이다. ‘눈으로 먹고 마신다’는 말처럼 음식광고에서 시각은 ‘숨은 설득자(Hidden Persuader)’의 역할을 한다.

음식에 대한 기억은 정교하게 저장되기 때문에 음식의 질감, 빛깔, 결 등 디테일이 저장된다. 같은 식품의 광고를 보더라도 브랜드에 따라 광고에서 표현하는 미세한 시각적 표현의 차이에 따라 소비자가 느끼는 식감과 구매 욕구는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식욕과 관련된 시각 요소에서 컬러의 영향도 크다. 초콜릿 광고에서 제품의 갈색 강도에 약간 차이를 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밀크 푸딩 광고에서 제품의 우윳빛 컬러에 변화를 주면 구매 욕구가 달라진다. 쇠고기를 구울 때 불판 위 고기의 색이 변함에 따라 입에 고이는 침의 양이 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같은 컬러에서의 미세한 차이뿐 아니라 컬러 자체의 차이가 욕구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크다. 문화나 제품에 따라 차이가 나겠지만 붉은색은 호흡률을 증가시키고 혈압을 높인다. 정서적으로 강렬하고 활동적인 컬러면서 식욕을 자극하는 면도 탁월하다. 레스토랑이나 패스트푸드점이 붉은색을 선호하는 것도 이러한 식욕 자극 효과 때문이다. 음식의 색이나 광고에 노출되는 패키지 색은 통제 불가하거나 전략적으로 이미 결정되었기 때문에 색에 변화를 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소품이나 인테리어, 또는 배경 색으로 식욕을 유발하는 것은 가능하다. 임상심리학자면서 마케팅 재능이 탁월한 루이스 체스킨(Louis Cheskin)은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포장의 색이나 디자인의 영향을 직접 받는다는 것을 발견했고, 이를 ‘감각 전이(Sensation Transference)’라고 명명했다. 감각 전이는 식품광고에서 제품에 대한 미세한 표현의 차이나 디테일이 식욕은 물론 브랜드에 대한 태도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니 광고 제작자는 어느 한 요소도 소홀히 다뤄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음식은 개인 단위의 심리학적 현상을 넘어 문화적으로도 깊이 각인되어 있다. 원시 공동체에서 큰 동물을 포획한 날에는 함께 나눠 먹으며 즐거운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사별한 유족에게는 양고기를 나눠주며 연대감을 돈독히 했다. 식품광고를 제작할 때 해당 식품의 문화적 의미를 함께 다룬다면 광고효과는 배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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