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sumer Insight] 가성비, 가심비, 갓성비 ‘Value for Money’ 소비
2020.08.28 12:00 광고계동향, 조회수:8236
  
Consumer Insight
글 박한중 SM C&C 광고사업부문 플래너
  
가성비, 가심비, 갓성비
‘Value for Money’ 소비
 
좀 이른 여름휴가를 갔다 왔다. 해외로 나갈 수 없는 상황, 선택은 제주도 였다. 휴가를 준비하면서, 또 휴가지에서는 광고라는 업에서 벗어나 일반적인 소비자가 되어 온갖 구매의사결정을 하게 됐다. 제한된 예산으로 가장 만족스러운 결과를 위해 검색하고, 비교하고, 선택하는 소비자. 우리들 대부분은 ‘가격 대비 가치’를 따지는 ‘Value for Money' 소비자다.
 
Value for Money는 전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20년쯤 전에 들었던 학부 수업에서도 나왔으니까. 꼭 이런 수업을 듣지 않았더라도 개인이든 기업이든 ‘비용 효율(cost efficiency)’을 추구하는 건 매우 일상적이고 당연한 일이다. 다만 인터넷과 SNS,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가격과 평판에 대한 정보를 거의 실시간으로 검색할 수 있게 된 이후, Value for Money 소비 성향은 더욱 강력해졌고, Value for Money의 개념은 점차 확장되고 있다.

 
 

비슷한 가치가 기대되는 상황에서는 최저가를 찾는 가성비 소비,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가치가 극대화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르는 가심비 소비, 그리고 더 낮은 가격과 더 좋은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갓성비 소비까지. 평범한 소비자가 된 나의 구매의사결정과정을 공개한다.
 


1. 가성비 소비 - "최저가가 어디야?" : 렌터카 예약
 
싼 게 비지떡’, ‘비싼 건 다 이유가 있어’와 같이 가격과 품질은 비례할 것 이라는 소비자 인식(Price-Quality Association)이 있다. 특히 정보와 경험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다소 높은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더 믿을만한 브랜드를 선택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긴다.

20대 시절, 친구들과 여행을 위해 이름 모를 렌터카 업체에서 값싸게 빌린 차 때문에 고생한 경험이 있던 난, 그 후 항상 대기업 계열의 렌터카 회사를 이용했다. ‘가격은 비싸지만 차량 관리는 잘하겠지’라는 믿음 때문에. 그런데 이번 제주 여행은 평소보다 일정이 길어졌고, 덕분에 가격도 좀 부담스러워졌다. 할 수 없이 보다 저렴한 렌터카를 찾아보기로 했다.

 
(제주렌터카 검색 결과. 수많은 렌터카 업체와 가격비교사이트들이 여길 클릭해달라고 아우성치고 있다.)
 

TV광고에서 봤던 곳, SNS에서 봤던 곳, 전혀 들어보지도 못한 곳까지 수십여 개의 렌터카 회사와 가격비교사이트들이 모두 싸다고, 믿을만하다고 얘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디가 정말 더 싸고 믿을만한지 도저히 알 수 없는 상황. 가성비 높은 소비를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국내에서는 에누리(1998년), 다나와(2000년)에서 시작된 가격비교 서비스는 IT, 가전, 자동차, 여행, 패션, 화장품 등 수 많은 카테고리의 다양한 상품들의 가격을 비교할 수 있게 만들었고, 이때부터 가성비 추구 소비 성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했다. 처음 IT 제품을 중심으로 가격 비교 서비스가 성장했던 이유는 속도, 용량, 화소 등 상품에 대한 기대가치가 명확했기 때문이다. 같은 속도, 같은 용량, 같은 화소라면 굳이 더 비싼 브랜드를 구매할 이유는 줄어든다. 덕분에 유명 브랜드들은 기능적이든 감성적이든 가격 대비 더 큰 가치를 주기 위한 혁신을 계속해야 했다.
 
그런데, 이게 여행, 패션, 화장품 같은 카테고리로 넘어가면서 가격비교가 오히려 소비자에게 대혼란을 가져다주게 되었는데, 이런 카테고리에서 소비자가 느끼는 가치는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인천에서 방콕까지 가는데 이동의 가치를 넘어, 편안함이나 안전함, 서비스에 대한 가치까지 원하는 사람이라면 저가항공을 탔을 때의 만족도는 매우 낮을 것이다. 구매 가격이 낮아져도, 체감가치가 더 떨어졌다면 결코 가성비 높은 소비라고 할 수 없다.
 
가성비 높은 소비를 위한 필수 조건은 최저가를 찾는 것이 아니다. 상품에 대한 기대가치를 최대한 안정적인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무엇을 선택해도 기대가치를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 난 올해 출시한 모델의 차량을 렌트하기로 했다. 렌터카 회사가 어디라도 최대한 고장이 없을 만한 모델. ‘올 뉴 아반떼’. 차량을 결정한 뒤 최저가를 탐색했고, 대기업 계열 렌터카 회사 대비 절반에 못 미치는 가격에 차량을 렌트 할 수 있었다. 최고의 가성비라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꽤 괜찮은 가성비 소비였다.

반대로 기업의 입장에서도 가성비 브랜드로 성공하기 위해 더 신경 써야할 건, 가격을 낮추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 소비자의 체감가치를 유지시키려는 노력이다. 그것이 품질이든, 인식이든.
 


(대표적인 가성비 브랜드인 노브랜드. 여러 상품들 중 소비자들의 선택을 더 많이 받는 상품들은 품질 차이가 잘 느껴지지 않거나, 품질 차이에 잘 신경 쓰지 않는 상품들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출처: 신세계그룹인사이드)
 


2 가심비 소비 - “비싼 값어치 그 이상의 만족!” : 호텔 예약
 
결혼하고 아이가 생긴 이후, 여행할 때 숙소에는 꽤 투자를 하는 편이다. 그래서 해외여행을 하면 포시즌스, W, 콘래드, 페닌슐라, 하얏트와 같은 브랜드에 머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런데 국내여행을 하면서는 최고급 호텔을 예약하기가 꺼려졌는데, 상대적으로 국내여행에는 예산을 더 타이트하게 잡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해외여행 대신 가는 여행이므로 호텔에 좀 더 플렉스 해 보기로 했다.
 

(중문에 있는 ‘S’호텔. 비싸다. 하지만 비싼 값 한다. 조식 뷔페의 크루아상을 맛본 순간 더 이상 숙박비가 아깝지 않았다. 출처 : 호텔신라)
 

가심비 추구 소비를 Value for Money라고 할 수 있을까? 있다. 기능적 가치만으로 평가한다면, 가격이 높아지는 만큼의 가치를 느끼기 힘들지만, 심리적인 만족(감성적 가치)에는 한계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여행이나 패션, 명품과 같이 개인의 취향에 따른 심리적 만족도의 편차가 심한 카테고리일수록 나의 감성적 가치 극대화를 위한 선택의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고급호텔을 평가하는 기준이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음식의 맛과 스텝들의 숙련도가 제일 중요하다. 방의 크기, 디자인, 수영장, 뷰, 어매니티, 키즈 프로그램 등은 고급호텔이라면 다 어지간하면 기대만큼의 만족을 주는데, 개인적으로 음식이나 스텝들의 서비스에서 아주 작은 부분에서까지 세심하게 케어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 굉장히 커다란 감동을 받기 때문이다. 이건 내가 항공사를 평가할 때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입장에서 소비자에게 기대 이상의 감동을 줄 수 있다면, 가격이 다소 높아지더라도 Value for Money가 높은 브랜드가 될 수도 있다. 꼭 여행이나 명품이 아니더라도.
 


(기존 냉동만두에 기대하지 못했던 수준의 맛으로 소비자의 체감 가치를 극대화함으로써, 이제는 ‘한식의 자존심’이 된 브랜드. 출처 : CJ제일제당 유튜브)
 
(Vivino : Buy the Right Wine. 와인의 라벨을 찍으면 해당 와인의 평점과 평균 구매가격이 나온다. 이제 막 와인을 즐기기 시작한 초보자에겐 좋은 길잡이가 된다.) 
출처: https://www.memo.com.ar/economia/vivinos-wine-style-awards-reconocio-a-5-vinos-argentinos-en-el-mundo
 


3 갓성비 소비 - “더 싼데 더 좋은!” : 와인 구매
 
요즘 들어 와인을 좀 더 즐기기 시작한 우리 부부는 이번 여행에서 소주 대신 와인을 주로 먹기로 하고 제주 시내 대형마트로 향했다. 기존에 많이 접했던 저렴이 와인보다는 좀 더 비싸고 좋은 와인에 도전하고자 했지만, 도무지 뭐가 더 좋은 와인인지, 과연 이 가격이 진짜 싼 건지 아는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와인에 대한 조예가 그리 깊지 않은 우리에게 한 줄기 빛과 같은 앱이 있었으니…
 
더 저렴한 가격으로, 더 큰 만족을 얻을 수 있다면 그야말로 ‘갓성비’ 소비가 될 것인데… 가격에 대한 정보는 직관적이지만, 가치(특히 감성적, 심리적, 또는 감각적인 가치)에 대한 정보는 계량화가 쉽지 않아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그런데 이 앱은 따로 검색을 해보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의 평가와 평균적인 구매가를 바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와인과 같이 초보자가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카테고리라도 보다 쉽게 구매결정을 내릴 수 있게 도와준다. 많은 사람들이 좋다고 평가한 와인을 남들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다면 망설일 이유가 없으니까.
 


 


‘갓성비’ 개념은 아마도 Value for Money 소비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일 것이다. 다만, 이런 개념을 기업이 스스로 자기 브랜드를 형용하는데 사용하는 건 옳지 않은 모습이다. 소비자가 느낄 체감 가치라는 건 매우 개인적이고도 주관적일 테니까. 기업은 다만 갓성비 브랜드를 추구할 수 있을 뿐이다.
 
“우뇌와 좌뇌에 이어 마치 외뇌(外腦)를 하나 더 얻은 느낌"
 
인터넷과 SNS, 그리고 스마트폰의 등장은 실시간으로 소비자들을 연결 시키고, 상품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더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끔 만들었다. Value for Money가 모든 소비자의, 모든 소비상황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지금 현재, 소비자의 구매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강력한 기준 중의 하나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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