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History] 1926년 우수간판선발(優秀看板選拔)
2014.11.17 01:48 광고계동향, 조회수:5570



“2월 중 과제는(二月中 課題는)
우수간판선발(優秀看板選拔)
돈 만히 쓰는 거시 뎨일이 아니라
눈에 잘 띄여 광고가 잘 되는 것
솔선 투표하라 차 성거에(率先 投票하라 此 盛擧에)”



조선일보 1926년 1월 30일 2면에 실린 2단 짜리 크기의 머리기사이다. 신문사가 할 일이 없어 상인들의 간판 선발 행사를 후원하고 있나 싶다. 사실은 이 기사를 읽어 보면 납득이 간다. 행사의 목적은 ‘쇠잔하여 가는 조선인 상점을 남보다 번영하게는 못할지언정 퇴보나 되지 안케 함에 긔 부문이라도 도움이 될까 하여’ 시내 조선일 상점 가운데 잘 만든 간판을 골라서 시상하는 행사 후원을 한 것이었다. 이 기사에 나와 있듯이 ‘조선인 상점’의 간판이 그 대상이었다.

행사 주최는 중앙번영회였다. 그리고 조선일보사는 1월 30일부터 2월 3일까지 이 행사 사고를 실었다. 사고의 크기도 대단했다. 내용을 보면 ‘제1회 투표 규정’이란 제목 밑에 ‘문제 - 어느 상점 간판이 제일 좋음닛가?’ 그리고 상품 1, 2, 3등 투표는 2월 1일부터 15일까지, 방법, 추첨, 발표 및 무효표에 관한 내용이 있다. 이 사고 중앙에는 ‘매월 1제 현상 투표 모집 (每月一題懸賞投票募集)’이란 것이 있는데 1926년 1월부터 6월까지 조선 상인의 번영을 위해 매달 행사를 바꾸어 가며 후원했다. 1925년 12월에는 조선인 상점 종업원의 친절도를 조사해서 시상, 발표했다. 사고와 함께 투표용지도 발표했는데 그 내용을 보면 조선일보사 주최라는 제목 밑에 ‘경성 (京城. 서울)시내 조선인 상점 간판 현상 투표용지’라 써 있다. 기재할 내용에는 간판이 제일 좋은 상점, 투표자, 주소, 씨명(이름), 그리고 투표 기간이 나와 있다. 숫자는 알 수 없으나 모름지기 문맹이 높았을 그 무렵 한문 글자가 반쯤 되던 신문 독자는 시쳇말로 인텔리였을 것이니이 인기투표는 퍽 의의 있는 행사였을 것이다.



드디어 투표 마감이 지난 지 3일 후인 2월 18일에는 경관 입회하에 추첨이 이루어졌다. 총 투표수는 2만장에 달하였다. 추첨 결과를 보면 1등은 한영공사(漢英公司)로서 득표수는 압도적인 2,010표, 상품은 18금 손목시계였다. 2등은 394표를 얻은 사우양화점(四友洋靴店)으로 상품은 광목 1필(무명으로 짠 천으로 길이 약 16m에 폭이 33cm), 3등은 324표인 동아부인상회(東亞婦人商會)였는데 상품은 수목 2필이었다. 190표 이상을 받은 회사는 수상 회사 3개사를 포함해 7개사였고 150여 상점은 100표 이하였다. 신문 1면의 크기는 지금과 같은 세로 51cm에 가로 37cm였고 아래 위가 12단으로 짜여 있었다. 추첨 광경과 1등 수상작 간판 항영공사 사진 및 수상 내용을 설명한 기사를 모두 합친 기사의 크기는 아래 위가 6단에 가로가 신문의 3분의 1쯤 크기였으니 대단한 지면인 셈이었다. 신문이 하루에 조간과 서간을 합쳐 겨우 6면이던 시절임을 생각하면 이 우수 간판 선발 행사 후원 보도는 대단한 것이었다. 언젠가 한국 옥외광고의 역사책이 나온다면 족히 한 페이지를 차지하고도 남을 만한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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