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Media Column] 해외 미디어 집행을 위한 기본기
2013.06.05 04:16 CHEIL WORLDWIDE, 조회수:6926
해외 매체 업무 방법론으로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지 의아 하신가요? 하나씩 풀어서 말씀 드리지요. 먼저 ‘지기지피’는 나(내가 속한 로컬 시장)를 먼저 알고 남(아웃바운드 시장)을 알면 해외 매체 업무도 어려울 것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내가 속한 국내 매체 업무의 방법론을 해외로 확장해서 보면 국가별로 우리나라 미디어 환경과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지역을 초월해 공통으로 적용되는 업무 영역과 지역별로 달리 운영해야 하는 영역이 비교, 정리됩니다.
제가 이렇게 말씀 드리는 것은 대행사가 광고주에게 제공하는 미디어 서비스 범위가 전 세계적으로 거의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미디어 서비스의 범위는 크게 전략, 구매 및 집행, 집행 후 분석 3단계로 나뉘며, 3단계 공히 객관적 데이터 분석 – 영향력(Implication) 찾기 – 제안(Recommendation)이 업무의 근간을 이룹니다. 특히, 해당 국가 소비자의 매체 접촉 행동 데이터에 대한 해석 능력, 성공적인 미디어 집행 사례를 통한 인사이트를 도출해 미디어 집행을제안하는 기본기만 잘 갖춰져 있다면 다양한 해외 시장의 미디어 시장 통찰력을 충분히 획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원격으로는 도저히 간파할 수 없는 부분이 분명 존재합니다. TV 프로그램 선정의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20대 여성 타깃의 화장품 브랜드를 TV에 노출시켜야 한다고 가정할 때, 시청률 면에서는 공중파 TV의 예능 프로그램이나 미니 시리즈가 훨씬 높겠지요. 하지만 1개월 내에 화장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높은 타깃에게 제품 구매 욕구를 불태우게 하는 데는 케이블 TV의 <겟잇뷰티> 같은 프로그램이 훨씬 유리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시청률로 측정할 수 없는, 현지 정서에 부합해야 하는 핫한 프로그램의 제안은 현지에 주재하는 인력의 힘을 빌려야 완성도가 높아집니다. 그렇다면 현지 미디어 인력과의 파트너십이 불가피하다는 얘기인데, 현지 매체 담당자와의 성공적인 협업은 어떻게 해야가능할까요?

이 대목에서 부각되는 해외 매체 업무의 두 번째 키워드가 바로 ‘역지사지’입니다.
역지사지는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볼 수 있는 능력’입니다. 국내 광고회사에 미국의 한 회사가 매체 제안을 요청해 왔다고 가정해 봅시다. 대면해 본 적도 없는 해외회사라 안 그래도 우선 순위가 내려갈 수 밖에 없는데, 만약 요청 내역이 ‘한국에서 효과적으로 브랜드 론칭을 하려면 대략 얼마 정도를 쓰면 되는가?’를 3일 후에 제공해 달라는 것이었다면 요청 받은 플래너는 어떤 느낌이 들까요? 한마디로 황당할 것입니다. 브랜드의 성격이나 타깃, 업무 요청 배경도 모르는데, 적확한 산출물을 기대한다는 것은 요행을 바라는 것이죠. 따라서 해외 미디어 파트너들에게 작업 요청을 할 때에는 다음 세 가지를 꼭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합니다.

첫째, 과제의 정교화입니다. 작업을 요청한 배경, 브랜드 성격 및 시장 현황, 주요 타깃 프로파일, 커뮤니케이션 활동 목표, 예산 등의 정보를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미디어 브리프 양식으로 줘야 합니다. 한마디로 미디어 브리프만 보더라도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미디어 플래너가 쉽게 알 수 있도록 과제를 설명해줘야 한다는 겁니다.

둘째, 비용 지불입니다. 우리나라는 광고비 데이터를 모든 업종을 대상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외국의 경우 대부분의 미디어 에이전시는 자기 회사에서 대행하고 있는 업종에 한해 광고비 및 광고량 데이터를 확보한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그 회사에서 대행하지 않는 품목의 광고비를 요청할 경우에는 별도의 데이터 구입 비용이 발생됩니다. 또한 외국의 경우 기존 광고주 업무가 아닌 단순 요청 업무에 대해서는 인건비 청구 문화가 이미 정착되어 있으니, 광고주측에 사전에 비용 부과 가능성을 알려 놓는 것이 좋습니다.

셋째, 작업 시간 확보입니다. 해외로부터 광고비 데이터를 받기까지 다음 과정은 필수입니다. 이처럼 간단하다고 생각하는 광고비 데이터를 받는 데도 2주의 시간이소요됩니다. 휴일 등 다른 변수까지 포함되면 소요 시간은 더 길어지고 미디어 플랜의 경우 통상 미디어 브리프 제시일로부터 최소 2주가 소요되니, 광고주가 요청한 날짜로부터 역산해 충분한 시간을 확보해서 퀄리티 있는 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이상 말씀 드린 세 가지는 미디어 비즈니스의 ‘글로벌 표준’이라 해도 무방합니다.

해외 파트너의 도움이 불가피하다면 업무 진행 요건을 상식선에서 잘 맞추어 줘야 톱 티어 수준의 결과물이 나올 수 있겠지요. 추가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해외 매체 업무 집행 시 잦은 일정 변경, 취소는 추가 비용이 발생될 뿐 아니라 광고주 신뢰도에 마이너스 요인이 된다는 점입니다. 같은 맥락으로 광고주가 ‘좋아할 것 같은’ 구색 맞추기 제안보다 광고주와 신중하게 협의해 ‘꼭 필요한’ 제안만 진행해서 미디어 파트너사가 오버런(Overrun)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충실한 파트너십을 제공해 주었을 때는 아낌없는 감사를 표현해 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이번엔 ‘해야 한다’는 식의 규범적 얘기를 드려서 좀 딱딱했나요? 다음 호는 따끈한 글로벌 미디어 트렌드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Global 미디어팀 _ 김덕희 프로 donna85.kim@ch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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