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CREATIVE] 감성광고에 대한 DISCOURSE
2011.03.28 06:15 대홍 커뮤니케이션즈, 조회수:12831






인간에 대한 애정, 따뜻한 정서가 가득 담긴 감성광고를 만들어내는 일은 광고인이 된 이후 줄곧 품어온 로망이다. 철저한 ‘이성’을 요구하는 광고주 앞에서 따뜻한 감성이 담긴 시안은 외면받는 신세지만, 나는 오늘도 최고의 감성광고를 만들어낼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


 
글 박선미(크리에이티브솔루션2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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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해오래요?”
늦은 저녁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 무거운 안경 너머로 오밀조밀 모여 앉아 내 눈치만 살피는 팀원의 표정이 보인다. 작년 12월 초부터 시작해서 2개월째 한 프로젝트를 끝내지 못하고 있다. 이성적인 광고, 이분법의 논리적 선언을 광고 메시지화하라
는 광고주의 말을 닮아가기라도 하듯 나와 팀원은 철저하게 이성적인 인간으로 변해가고 있다. 시안을 제시할 때마다 더 논리적으로 더 이성적으로 접근해달라고 요청의 강도는 높아진다. 그래도 광고는 인간에게 호소해야 하고 감성의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니 대여섯 가지 시안 중에서 한두 가지쯤은 감성적인 어프로치를 살짝 주장해보지만 반응은 냉담할 뿐이다.


감성인가? 이성인가?

감성과 이성의 대립은 광고에 입문할 때부터 내 안에서 충돌하던 생각의 싸움이다. 실증적·논리적 이해를 돕기 위한 광고의 이성소구와 달리 감성 소구에는 따뜻함 소구, 유머 소구, 성적 소구, 향수 소구, 공포 소구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광고인들 대부분은 아마도 따뜻함 소구, 즉 인간미에 근거한 확산적인 정서를 담은 광고를 하나의 로망으로 꿈꾸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렇다. 다른 사람이 만든 감성광고를 어느 날 문득, 보게 될 때면 하루 종일 질투심에 사로잡히곤 할 정도다.

내가 질투심을 느낀 감성광고 캠페인 중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해주는 휴대폰의 의미를 감성적으로 소비자에게 어필하기 위해 실제 엄마와 딸의 가족 모델을 모집해 오랜 기간 집행되었던 일본 이동통신업체 도코모(Docomo)의 캠페인이다. 엄마와 딸만이 느낄 수 있는 깊은 정서적 교감을 소재로 해 마치 기념 앨범과 같은 광고로 완성했다.

이런 감성 캠페인을 한번 시도하고 싶어 여러 광고주에게 수차례 제시해봤지만 통과된 적은 한 번도 없다. 광고주들 대부분의 반응은 임팩트 없는 광고, 돈 버리는 광고, 안 팔리는 광고, 광고인만 좋아하는 광고로만 생각해버린다. 소위 돈 많이 쓴다는 극소수 IT 분야, 기업PR을 제외하고는 감성적 어프로치는 광고의 임팩트가 없다는 이유로 최근에는 더욱더 기피하는 것 같다.

감성이라면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던 우리나라가 언제부터 이렇게 삭막해졌을까? 반면 도코모 광고에서 볼 수 있듯 일본에서는 근본적으로 시대를 불문하고 감성적인 어프로치가 끊임없이 통용된다.


감성의 나라, 일본의 광고

일본 여성의 감성을 흔들어놓은 일본의 여류 시인 다와라 마치의 시집이 나왔을 때 일본의 한 문인이 이런 평을 했다. “언젠가 한 줄의 카피가 시인들을 새파랗게 질리게 만든 적이 있다. 이번에는 이 시집이 카피라이터들에게 쇼크를 줄 차례다.” 이 말에서 느낄 수 있듯, 일본 사회에서 카피라이터의 감성은 시인과 동급이다. 시처럼 감성이 풍부한 광고가 일본에서는 줄곧 사랑받고 있다는 말이다. 정서와 광고적 환경이 비슷하다는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에 왜 이런 차이가 생긴 것일까?

언젠가 일본의 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우리나라와 일본의 이런 차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는 이런 경향에 대해 “일본과 한국의 광고에 대한 인식의 인프라 차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문화적 인프라의 차이기도 할 것이다. 일본은 19세기 메이지 유신 이후, 책을 많이 읽는 나라로 성장해 정서적으로 글과 친할 수 있는 환경이 나라 전체에 형성되었다. 따라서 카피를 중심으로 광고가 발전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그 영향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100% 이성이란 없다

감(感)은 마음의 움직임, 성(性)은 본래의 성격, 즉 감성(感性)이란 ‘사람의 마음속 깊이 숨어 있는 가치 의식, 개성, 취향, 기분 등 사람의 마음을 통합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또 인간과 세계가 소통하는 원초적 유대감이다. 이성적 사고를 위한 감각적 소재를 제공하고, 이성의 지배와 통솔을 받을 감정적 바탕을 마련하며, 자신의 순수한 모습을 나타냄으로써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상징이 된다. 오늘날에는 감성을 인간의 삶에서 가장 기본적인 한 국면으로 고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감성은 이성과 동등해야 하되 한편으로는 이성을 포괄해야 한다.

‘과학’의 손을 든 데이비드 오길비와 ‘예술’의 손을 든 빌 번벅. 서로 뚜렷한 견해 차이를 보인 광고계의 두 거장도 결국 현대에 와서는 과학과 예술의 결합품, 즉 ‘무엇(What)’과 ‘어떻게(How)’를 조화롭게 융화시켜 표현하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근본적으로 인간은 감성과 이성을 동시에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대에 USP 전략, 브랜드 이미지 전략, 포지셔닝 전략 등 모든 전략의 융합이 필요한 것처럼 메시지 소구에 있어 이성에서 출발한 메시지를 어떤 포인트에서 감성으로 승화할 것인가 하는 표현의 절묘한 융합이 절실한 것 같다.

이성적인 광고를 만들어달라는 광고주의 요구는 어쩌면 인간의 이성을 포괄할 감성의 논리를 만들어달라는 바람일 수 있다. 이성적인 메시지를 감성으로 승화하기. 여기에는 공감이라는 중개가 필요하다. 광고주가 원하는 것이 99%의 이성 소구라 할지라도 1%의 공감을 끝까지 찾아내는 것. 이것이 내가 풀어야 할 숙제일것이다. 감성아, 기다려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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