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in ad] 노블레스 오블리주도 스마트하게?
2011.03.08 06:27 the AD, 조회수:6611








글 ㅣ 손혜영 <마리끌레르> 에디터




‘톱스타 체육대회라도 하나?’

얼마 전 맥주광고를 보며 그들이‘ 맥주 맛도 모르면서’를 유행시킬 때, 나는 과연 저 맥주 한 캔에 도대체 광고 개런티가 얼마씩 들어갈까를 생각해봤다. 톱스타·톱 영화감독들의 체육대회라도 하듯 그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이어달리기를 시키는 모양새였으니까. 그리고 최근 2차 체육대회가 열렸다. 고현정·소지섭·송승헌·주진모·천정명 등 또 다른 배우들이 다른 초등학교 운동장을 빌렸다. 또 궁금증이 생겼다.“ 정말, 저 돈은 다 어떻게 조달한 거야?”

의심 많은 소비자인 나는 그제야 이 프로젝트가 정부의 지원금이 줄어 운영난에 허덕이는 서울 아트시네마의 씨네마테크 전용관을 건립하기 위한 것이라는 걸 알게 됐다. 출연 배우들의 개런티는 고스란히 전용관 건립에 기부되며, 해당 맥주회사 역시 기부금을 전달한다는 것이다.

소비자인 나로서는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뭐, 맥주 맛도 나쁘지 않았고, 그 맥주를 마시는내 행위가 문화적인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배우나 맥주회사·씨네마테크까지 밑질 것 없는 장사였다.


기부 문화가 바뀐다

한동안 기부 혹은 봉사의 바람이 엔터테인먼트계에 불어닥쳤고, 현재도 유효하다. 패션잡지사 에디터인 나는 홀로, 혹은 배우들과 함께 NGO 단체를 따라 아프리카·동남아시아의 어려운 이들을 찾아 나섰고, 이웃을 도와야 한다는 대의명분을 독자들에게 알렸다.

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빠르게 변화한다. 과장해서 말하자면 기부는 일상이 됐고, 감정적인 호소는 더 이상 사람들을 자극하지 않는다. 비유컨대, 몇 년 전 만약 유명 드링크 광고에 20대의 젊은 대학생이 봉사활동을 다니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감동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


우리들의 감정이 무뎌져서가 아니라, 봉사나 기부는 보다 이성적인 행위가 되어야 한다는 걸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다. 한 차원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당신의 마음으로 이웃을 도와주세요’가 아니라‘ 너도 좋고 나도 좋고 그리고 기업인 우리도 좋고’의 가치가 미덕이 됐다.

이런 유머러스한 방식도 있다. 자신의 입사지원서에 QR코드를 넣어 자신이 봉사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자, 저 괜찮죠?’ 하듯 봉사를 유쾌하게 긁어내는 광고. 소비자에게 봉사·기부의 이미지란 분명 변화하고 있다. 어떤 심각한 사안이 아니라 유쾌하고 즐거운 일이 되어야 한다. 때로 그 봉사가‘ 그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의 취업을 위한 것’으로 이용된다 해도 이해할 만하다. 이제 착하기 위해서는 머리도 써야 한다는 말이다.


빈티지적 감수성

얼마 전 한 음료 광고를 보고 뭐랄까, 좀 빈티지적인 감수성을 느꼈다고 할까. 음료의
이름만큼이나 서늘하고 쿨한 소녀 감성을 보여주는 이 광고를 보면서 대학시절 보았던 영화들, 이를테면 이와이 슈운지로 대표되는 일본의 쿨한 세대의 이미지를 느꼈다. 한창 분위기가 무르익었는데, 훌쩍 친구들과 놀러가 버리는 남자친구를 뜨악하게 보고 음료수나 마시는 쿨한 그 언니. 참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대학생들의 연애는 변화하지 않나보다. 참하고 따뜻하고 쿨하고 뭐 감성적으로는 참 좋았는데, 음료의 이름처럼 뭔가 2%가 부족했다,


30대의 내가‘ 그래 저 음료의 주요 타깃은 20대인가보군’ 하려던 찰나, 나는 인터넷에서 긴 버전의 성인용(?) 광고를 보고야 말았다. 화가 난 그녀가 전화기에 대고“ 너 나랑 잤다고 내가 쉬워 보이는 모양인데”를 날리고, 남자는 예쁜 여자친구를 버려두고 당구장에서 친구들하고 내기 당구나 친다. 같은 빈티지이긴 한데, 이와이 슈운지표 빈티지는 분명 아니다.

보다
현실적이고, 보다 똘똘하다. 착하고 쿨한 이미지를 유지하려 애쓰면서(결코 난 정말 쿨해!를 외치면 안 된다) 날카로운 현실의 단면을 놓치지 않으며, 그렇다고 결코 질척이지는 않는 것. 그것이 어쩌면 지금 우리세대들이 원하는 연애의 모양새인지도 모른다.


착하고 똑똑해야 산다


지난 2009년 말에만 해도 착한 이미지를 주기 위해 기업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많은 기부를 하고 있는지 어떤 좋은 일을 했는지 알리거나 혹은 배우의 착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이 많았고, 연말과 연초를 따뜻하게 만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제는 그저‘ 좋은 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 감성과 이성 모두를 울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답답해진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광고가 너무 똑똑하고 이성적으로 우리의 관심을 끌어서인지 모르겠지만, 그저 감성을 울리려는 시도는 트렌드 지난 코트의 밑단길이처럼 입기는 입겠는데 애매하게 신경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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