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인생은 마라톤…멀리 가려면 일단 `꿀잠` 자세요
오리콤 브랜드 저널 기사입력 2019.02.27 12:00 조회 1633
`누적의 힘` 강조하는 광고 눈길  
 
4주완성 다이어트·속성 독서… 
단기성과에 목매는 사회지만 
건강만큼은 꾸준한 노력에 달려 

좋은 잠 쌓이면 삶도 달라진다는 
침대광고 메시지가 고객마음 잡아 

 

`좋은 잠이 쌓인다 좋은 나를 만든다`는 메시지로 누적의 힘을 강조하는 에이스침대 광고. [사진 제공 = 오리콤] 

과거 유물 중 `서산(書算)`이라는 물건이 있다. `책을 셈하다`는 뜻 그대로 옛 선비들이 책을 읽은 횟수를 헤아릴 수 있게 만든 도구다.  

종이 두 겹을 맞대어 붙이고 한쪽 면에 귀 모양의 홈을 내어 접었다 폈다 하며 반복해서 읽은 횟수를 세었다고 한다. 그 셈이 무려 500번까지 가능했다고 하니, 500번을 읽은 내용이 눈과 입에서 머리로, 손끝과 오장육부로 속속들이 채워져 책이 가르치는 바 그대로가 내 삶이 되는 `물아일체`의 경험을 비로소 완독이라고 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싶다. 

변화와 속도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같은 일을 꾸준히 반복해 누적 효과를 만들어 가는 일은 더디고 답답하기만 하다. 왼손으로 휴대폰을 쥐고 눈으로는 글을 읽지만, 읽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오른손가락으로 스크롤을 넘기며 머릿속에 잔상으로 남은 단어들을 조합해 글의 전체 맥락과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 일반적인 읽기법이 됐다. 500번은 고사하고 한 번을 제대로 정독하고 음미할 만한 여유조차 사라져 가면서 책 내용을 요약해 제공하는 큐레이팅 서비스, 독서와 함께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도록 음성으로 책을 읽어주는 서비스까지 등장하고 있다.  

독서뿐인가. 일주일치 근육 운동의 효과를 20분 만에 달성해주는 마이크로 트레이닝이 성행하고, 매주 눈에 띄게 허리 사이즈가 줄어가는 모델 사진을 내세운 4주 완성 단기 다이어트 전단지는 쉽게 마주칠 수 있다. 방학이면 1년치 수업 내용을 미리 익히는 선행 단기 속성 반이 북적이고, 여행, 쇼핑 등 단기목적 자금 모으기 금융상품도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다. 단숨에 익히고 빠르게 성취하도록 돕는 상품과 서비스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안정적이고 확실한 효과`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장시간 꾸준함이 만드는 누적효과에 비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단기간에 눈에 보이고 손에 쥐어지는 결과가 주는 만족감과 그럼으로써 더 채찍질하게 만드는 동기 부여 효과까지 고려하면 어느 쪽이 더 옳다고 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이런 트렌드 가운데도 속성으로 성과를 만들어 내기 어려운 것이 있으니, 바로 건강이 그러하다. 3일 밤을 새우고도 여자친구 웃음 비타민 한 방에 피로가 날아 가버리는 젊은 건강이라면 공감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원래 건강체질이라 생각했던 신념도 한 해 두 해 나이를 먹고 가는 시간보다 더 빠르게 훅 가는 몸을 느끼는 나이가 되고 나서야 비로소 건강을 자만했던 젊은 자신에 대한 후회가 밀려오는 것이다.  

건강 관리는 특별한 곳에 있지 않다. 식습관, 운동습관, 정신건강, 수면습관 등 일상 속 네 기둥이 튼튼히 받쳐줄 때 건강은 탄탄히 지탱이 된다. 이 기둥들에 `습관`이라는 이름이 붙는 것은 오랜 시간 반복을 통해서만 달성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좋은 음식도 한 번에 많이 먹으면 배탈이 나고, 단기간 무리한 운동은 근육통과 요요현상을 부르기 마련이다. 정신적 휴식이 과하면 또 다른 무기력증으로 이어지고, 한 번에 몰아서 잔 잠은 불균형한 컨디션으로 돌아온다. 오직 시간으로 만든 꾸준한 습관만이 후유증 없는 효과를 만든다.  

매일 먹는 음식이 건강한 나를 만들 듯 좋은 잠도 그렇게 쌓여 가는 것이라는 한 침대광고의 메시지가 생각난다. 화면 속에서 토마토 한입 크게 베어 무는 청년 박보검의 미소가 얼마나 풋풋한지, 어려서부터 좋은 잠을 잘 쌓아 왔나 보다는 생각이 든다. 믿음이 절로 가는 웃음이다. 빠른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강조해대는 수많은 광고 속에서, 꾸준히 좋은 잠 자고 건강하라는 차분한 이야기가 마치 덕담처럼 마음을 훈훈하게 한다. 침대 한 번 사면 10년 정도는 쓰게 되니, 하루 7시간씩 10년간 2만5000시간을 넘게 살 부비며 지내는 침대가 좋은 잠의 건강한 누적 효과를 기원해주니 실제로 덕담과 다를 바 없기도 하다.  

스물네 살 첫 직장생활을 시작할 때 가입을 권유받은 10년 만기 적금이 그렇게 까마득하게 느껴지더니, 어느새 두 번의 만기를 채운 시간이 흘렀다. 10년 후라는 불확실한 미래에 월급을 나눠주지 못한 내 통장은 여전히 비어 있지만, 그래도 20여 년 같은 일을 해오는 동안 내공과 노하우가 내 속에 고스란히 누적돼 채워졌겠지 생각하면 조금은 위안이 되는 기분이다.  

10년 후가 그리 머지않음을 아는 나이가 된 지금에야 이왕이면 몸에 좋은 것을 챙겨먹는 습관,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운동하는 습관, 규칙적으로 건강하게 잠자는 수면 습관을 몸에 새기려 노력하고 있다. 노력은 곧 장비가 좋아야 가능한 것인데 쿠션 좋은 러닝화 한 켤레, 몸 편한 침대 하나 새로 장만해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아줌마 욕심을 눌러 가며 말이다.  

 

`생활의 달인`에 등장하는 손끝의 감각만으로 밥알 200개씩 정확한 양의 초밥을 쥐는 스시 달인이나, 초당 수십 개씩 지나가는 조개들 가운데 속이 상한 것을 골라내는 아주머니들의 정확한 손놀림은 그야말로 신기에 가까워 보인다. 얼마나 반복해야 저런 경지가 가능한 것인지 경외감이 절로 드는 나와 달리, 연신 조개를 고르며 던지는 아주머니의 한마디는 쿨하기만 하다. `아유, 이런 건 기계도 못해~, 우리처럼 20, 30년씩 돼야 할 수 있지.`  

그렇게 누적의 힘을 믿으며 일상 속 습관 기둥들을 튼튼히 지켜, 다들 차곡차곡 꾸준하게 건강해지길 기대한다.  

- 출처 ▶ 매일경제 2019년 2월 22일자 온라인 기사 발췌 
- 원본보기 ▶ https://bit.ly/2EwCOV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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