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Insight 2] ‘뉴트로(New-tro)’를 다른 시각에서 보자
광고계동향 기사입력 2019.02.13 12:00 조회 2984
 
 
경제 발전을 최우선과제로 몰아쳤던 1970~1980년대 행정고시 합격자들이 배치 받고 싶은 부처의 1순위는 대개 경제 부처들이었다. 언론사 기자들 역시 정치부에 이어 경제부를 가장 원했다. 하지만 ’90년대 들어서 달라진 양상이 나타났다. 최상위 점수의 행정고시 합격자가 문화체육 부문을 지원했다고 화제가 됐다. 
 
신문사에서도 문화부를 1순위로 지원하는 신입들이 생겼다며, 세태가 바뀌었다고 하는 ’80년대 말에 기자 생활을 시작한 이가 하는 말을 직접 들었다. 그런 경향은 ‘X세대’의 출현과 연결된다. 천편일률적인 기존 질서를 깨뜨리며 개성을 존중하고 구현하는 개인주의 시대를 활짝 여는 신인류들이 도래했다. 특히 가요, 영화, 패션 등의 대중문화 부문에서 이전 시대와 확실하게 선을 긋는 ’90년대 문화가 꽃피었다. 그리고 ’90년대 문화는 지금도 여러 가지 방식으로 다양한 부문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20대의 주요한 트렌드 흐름 
 

10월부터 다음 해의 트렌드를 예측하는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많이 읽히는 주요 트렌드 서적에 나온 개인의 가치관과 소비 행동과 관련해서 몇 가지 공통적인 키워드들을 뽑아 볼 수 있었다. 이 세 가지 모두에 X세대의 기운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그러면서 과연 이러한 트렌드들을 누가 만들고, 확산시키고, 주도하는 것인지 의문이 생겼다. 보통 트렌드의 ‘주체’라고 하면 20대를 말했는데, 그렇게 단정하기에는 미심쩍은 구석들이 보인다. 먼저 주요하게 나타난 트렌드를 살펴보자. 
 
모든 행동이나 표현에 꼭 거창한 의미나 논리가 따라붙을 필요는 없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에서는 2018년 20대를 대표할 키워드 중의 하나로 ‘무민세대’를 내놓았다. 무민세대는 ‘無(없다)+Mean(의미)+세대’의 합성어로 ‘무의미에서 꾸밈없는 의미를 찾는 이들’로 정의한다. 대한민국에서는 태어나면서부터 성공을 향한 경쟁을 시작한다. 성공이라는 목표에 일조하지 않는 행동은 의미가 없는 것으로 치부된다. 삼시세끼를 먹는 것이나 배설하는 일상적인 신체 활동조차 목표 달성을 위한 연쇄과정 속에서 의미를 찾게 된다. 이런 까닭에 살아남기 위한 끊이지 않는 인생 전투에 지친 이들은 잠시라도 숨을 돌리거나 피해 있을 공간을 찾게 되고, 순간이라도 재미있게 보내는 것을 갈망하게 되는 것이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인맥을 형성하는 ‘학연’, ‘지연’, ‘혈연’이란 ‘3연’의 폐해를 외치는 소리가 나오지만, 아직도 이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기성세대가 많다. 그렇지만 20대에서는 아주 가까운 친구 사이조차 권태를 느끼는 경우가 많다. 2016년에 대학내일에서 신조어로 선보인 ‘관태기(관계가 권태로운 시기)’는 이제 거의 보통명사처럼 쓰인다. 이렇게 사람과 함께 하는 게 피곤해지면서 반려동물에 더해 반려식물을 키우는 경우도 늘었다. 거의 독백이나 이미지로만 채우는 대화방까지 생겼다. 
 
이를 ‘대안 가족(Alt-family)’ 혹은 일시적인 관계 맺음이라고 하여 ‘Gig relationship’이라는 용어
까지 나왔다.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서도 굳이 사람을 마주치지 않고 일을 처리할 수 있게 해주는 ‘무인 쇼핑’, ‘언택트(Untact) 기술’이 발전했다. <트렌드 코리아 2018>에서 얘기한 ‘만물의 서비스화’도
이런 트렌드와 깊이 연관이 있다. 
 
나에 맞춘 찰나의 재미 
 

행동이나 인간관계에서 깊고 오래 가는 의미를 찾지 않게 되면서 개인으로서 ‘나’와 나의 ‘취향’을 기준으로 찰나적인 재미를 즐기려는 트렌드가 강하게 대두됐다. 이런 트렌드는 몇 년 전부터 대학내일에서디테일이 약간 다르지만 매해 제시해 왔다. 2017년의 궁극의 소비를 위한 나만의 만족을 찾는 ‘겟꿀러’, 외부의 치유에 기대지 않고 나로서 홀로 선다는 ‘나로서기’에 이어 위에서 본 ‘무민세대’를 이은 ‘마이싸이더’가 2019년 우뚝 나왔다. ‘마이싸이더’는 내 안의 기준을 세우고 따르는 사람들이다. 

‘인싸(인싸이더)’, ‘앗싸(아웃싸이더)’들이 기존의 질서나 조직을 중심으로 나눈 것이라면 ‘마이싸이더’
는 철저하게 자기의 취미나 취향을 따른다. 참고로 대학생들의 트렌디한 용어로 먼저 잘 알려진 건 ‘앗싸’였다. 처음 ‘앗싸’는 학과나 동아리 같은 대학 내 조직에서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원래의 ‘아웃사이더’란 뜻이었으나, 점차 자신의 의지에 따라 개인 활동을 하는 이들로 정의가 약간 바뀌었다. ‘마이싸이더’는 대학을 넘어서 개인의 생활 전반에 쓰인다. 
 
SNS라는 나를 표현할 수 있는 공간과 새로운 관계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면서 기존 인간관계의 연줄을 끊거나 무시할 수 있게 됐다. 사람을 통해서 얻는 지식에서 인터넷 검색으로 넘어갔다가 이제는 유튜브로 넘어갔다. 유튜브 활동은 주로 특정한 사람, 곧 유튜버를 구독하며 이뤄진다. 그래서 ‘검색보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따르다’라는 뜻의 ‘팔로인(Follow + 인人)’을 2019년의 트렌드 키워드로 대학내일에서는 제시했는데, 여기서의 ‘사람 人’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들은 유튜버다. 
 
인스타그램은 감정이나 경험을 얇고, 넓게, 순간적으로 보이는 효과로 젊은 층이 가장 즐겨 쓰는 SNS가 됐다. 직접 그리거나 찍은 이미지 말고 내 감정을 대신 표현하는 이모티콘의 사용이 계속 늘고 있다. <2019 트렌드 코리아>는 ‘감정 대리인’이란 용어를 제시하며, 수행하는 역할에 따라 세 가지로 구분했다. 첫째, ‘감정대행인’으로 대신 느끼고 감정을 표출해준다. 페이스북의 ‘대신 욕해주는 페이지’가 대표적이다. 두 번째는 ‘감정대변인’으로 이모티콘과 같은 경우다. 마지막으로 ‘감정관리인’으로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준다. ASMR(자율감각쾌락반응)이나 사람의 표정과 기분, 날씨에 따라 추천 음악을 틀어주거나 환기를 시키는 서비스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감정대리인’이란 용어의 이면에는 스스로 감정을 소화하거나 표현하는 능력이 부족해졌다는 반전이 있다. 
 
메시지를 전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보인다. 촛불집회, 청와대 국민청원, 미투 등의 방식을 통해 거대 이슈부터 사회의 불편과 불합리에 대해서 활발하게 소신을 펼치는 ‘화이트불편러’들이 나타났다. 별것도 아닌 일에 무턱대고 딴죽을 거는 ‘프로불편러’에 대비되어 ‘옳지 않은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구체적인 행동을 유도하는 이들을 ‘화이트불편러’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들의 소리가 작아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행동과 결과물까지 이어지지 않고 일순간의 혼자만의 소신을 외치는 데 주력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대학내일에서 올해의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로 꼽은 ‘소피커’의 ‘소’는 이런 경향을 반영하여, ‘작을 小’라는 의미가 함께 담겼다. 작년 ‘쌀소비 캠페인’을 비롯한 여러 광고에서 직접 언급되기도 했던 용어인 ‘소확행’도 마찬가지다. 
 
 
 
레트로와 뉴트로의 차이 
 

정면으로 문제에 부딪히지 못할 때 사람들은 우회하거나 숨고 싶어 한다. 과거는 그런 용도에 자주 소환된다. ’90년대 이후 한국에서 복고는 정치, 사회, 문화 부분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이전의 정치 지도자를 추앙하며, 그때 사회정신이나 풍경을 재현하려 했고, 문화 쪽에서는 그에 대한 반발이랄까 그 시대에 저항했다는 이미지를 담고 나타났다. 소비 트렌드로서 복고는 2000년 이후 본격적으로 자리잡았다. 1970~1980년대의 음악이 잠잠해지는 것 같더니, 2010년 중반 이후 1990년대의 가요들이 그때의 패션까지 함께 열풍을 일으켰다. 그 열풍은 약간 풍속이 약해지긴 했지만, 이제는 연예산업의 한 줄기로 굳건하게 자리 잡았다. 전통 가옥들이 모여 있는 동네가 최고로 트렌디한 카페나 음식점과 같은 가게가 들어선 핫한 관광지이자 상업구역으로 변화했다. 이런 강력한 복고 바람에 지난해 언론과 트렌드 서적들은 ’New’라는 수식어를 앞에 붙이면서 이전의 ‘레트로’와 현재의 ‘뉴트로’로 트렌드를 구분했다. 
 
 
 
표에서 보듯이, 타깃이 확연히 다르다. 거기서 같은 것들이 갖는 의미와 소구 포인트가 달라진다. 다른 친구들보다 색다른 것을 먼저 접하여 알림으로써 쿨하고 트렌디하게 보이려는 욕구가 젊은 층들의 복고, 곧 레트로 트렌드를 이끈다 할 수 있다. 
 
2012년에 방영된 <신사의 품격>이란 드라마를 기억하는가. 드라마를 이끈 네 명의 남자들은 극중에서 1971년생 91학번 동갑내기들로 나온다. 드라마에서 한국 나이로 42세인 것이다. 그런데 이들 중 하나는 17세 연하와 로맨스를 펼치고 결혼한다. 어느 기사에서는 이들 세대를 ‘전통적 가족관에서 방향을 틀어 자기표현에 강하고 1인 라이프를 적극 즐기며, 이들은 국내 수입차 시장을 크게 키운 일등공신이자 공연계의 큰손이며 해외여행을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주체들’이라고 기술했다. 바로 이들이 X세대의 중추로, 40대로 접어들면서 레트로 트렌드를 다른 방향에서 펼쳐냈다. 
 
<신사의 품격> 드라마의 주인공과 같은 X세대들이 생활에 여유를 갖고 문화를 향유하기 시작하면서 다른 세대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드라마 자체가 공중파를 타면서 엄청난 파급력을 발휘했다. 그 현상을 <라이프트렌드 2013>은 ‘좀 놀아본 오빠들의 귀환’이란 부제로 적확하게 표현했다. 공중파 방송의 예능프로그램의 출연자나 제작자들도 이들 X세대의 장기집권이 이어지고 있다. 아무리 공중파나 종편 같은 TV의 힘이 약해졌다고 하더라도 소위 ‘아젠다 세팅’, 곧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는 데는 아직 TV에 필적할 매체가 없다. 그 TV 권력을 이제 모두 40대가 넘은 X세대가 굳게 잡고 있고, 그들이 20대에 향유했던 문화가 재생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20대가 소비하고 있다는 ‘뉴트로’의 본질은 무엇일까. 과연 이들 20대가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일까. 
 
레트로의 장기 트렌드화 
 

언론기사 검색을 해보면 ‘아재개그’가 한 단어로 최초로 등장하는 게 2015년이다. 예전 같으면 썰렁하다며 조롱을 받았고, 당사자는 무안해졌을 텐데, 지금은 그럴수록 재미있게 여긴다. 
 
이런 변화가 바로 X세대의 문화 권력과 트렌드 주도가 윗세대로 확산되며, 그들 세대의 사회적 위상과 합쳐지면서 나타났다고 본다. 다른 한편으로 그만큼 이전에 트렌드를 주도하였던 2030세대가 자기만의 울타리를 치고, 표현의 파장도 제한하며 찰나적으로 움츠려 든 까닭도 있다. 물론 2030 세대 그들만의 잘못이 아니다. 사회구조적인 원인이 훨씬 크다. ‘좀 놀아본 오빠들의 귀환’이 이뤄지고, 아재개그가 나오던 시기부터 우리 사회에 급격하게 빈도가 높게 튀어나온 단어들이 있다. ‘갑질’과 ‘꼰대’이다. 그만큼 힘의 추가 한쪽으로 기울어진 현상을 반영한 현상이다. “10여년 일찍 태어난 게 요즘은 죄스러울 정도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4년 전 어느 40대 직장인이 고백했다고 한다.
이런 상태에서 4050 세대가 좋아하는 레트로를 요즘 세대도 주체적으로 새로운 트렌드인 ‘뉴트로’로 받아들인다고 얘기할 수 있을까. 
 
트렌드는 20대가 주도한다든지 주체라는 게 입증된 명제처럼 오랫동안 받아들여졌다. 젊음에 기초한 왕성한 활동력과 아무리 ‘앗싸’나 ‘마이싸이더’를 즐긴다고 자부한다고 하더라도, 또래집단의 결속과 그들 사이의 파급력으로 20대가 많은 부분에서 트렌드의 주체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주체로서의 그들의 힘이 약해지고 있다. 특히 ‘뉴트로’라고 하는 것은 사실 윗세대의 레트로 기호를 2030이 밀려서 받았는데, 약간 포장만 달리 한 측면이 큰 트렌드라고 생각한다. 어떤 면에서는 레트로가 한국에서 몇 년 간의 일시적 유행을 떠나 반영속성을 가진 문화 트렌드로 자리매김을 했다고도 볼 수 있겠다. 
 

한국광고총연합회 ·  뉴트로 ·  레트로 ·  트렌드 ·  재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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